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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 스웨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8
울프 닐슨 지음, 임정희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속의 ‘장례식’이라는 단어는 표지의 색깔과 그림, 아이들의 흥겨운 얼굴 표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들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한 아이는 삽을 들고서, 또 한 아이는 장례회사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가방을 들고서 그리고 여자 아이는 상자를 정성스럽게 들고 걷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이라니...왕족이나 마이클 잭슨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사람의 장례식일까 궁금하다. 요즘 방송에서 하도 죽음에 관한 보도가 많아서 사실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달갑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인 죽음도 알아둘 필요도 있겠다 싶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심심해서 뭘 하고 놀까 궁리하던 중에 죽은 벌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이 벌이 불쌍해서 땅에 정성껏 묻어준다. 에스테르라는 여자 아이가 벌을 묻는 동안 죽은 것을 무서워해서 죽은 벌도 만지지 못하는 주인공 ‘나’는 추모 시를 짓겠다고 한다. 이 일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의외로 죽은 동물이 많다는 것을 깨달고 들판으로 죽은 동물을 찾아 나선다. 죽은 쥐를 찾아내서 무덤도 만들어 주고 십자가도 만들어 세워준다. 여기에 죽음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는 어린 푸테가 가세한다.
아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장례 회사를 만든다. 장례에 필요한 것들을 담아 장례 가방을 꾸리고 자신들만 아는 빈 터를 묘지로 삼고, 무덤 만들기, 추모 시 짓기, 울어 주기로 역할 도 분담한다.
푸테는 이 일을 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세 아이 모두 죽은 동물을 묻고 추모시를 짓는 행위를 통해 죽음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죽은 동물에게 저마다의 이름을 붙여 주며 진지하게 의식을 치르는데, 이 모습에서 생명을 엄숙하게 대하는 경건함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한층 성장한다.
이 책은 동물들의 장례식이라는 색다른 이야기로써 인간의 중대 화두인 죽음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 놓았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동물들에게도 존귀한 생명이 있음을 깨닫고 애완동물들을 장난감처럼 취급해서도 안 되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경쾌하게 보이는 표지와는 달리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