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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신기한 알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3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에서 불안감이 느껴진다. 개구리와 알 위에 올라앉은 새끼 악어가 보인다. 지금은 이 둘이 평화롭고 다정해 보이지만 그 관계가 그리 오래 지속될 것 같아 불안하다. 악어가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은 못 봤지만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걸 보면 악아도 개구리에 천적일 것이다. 그런 이 둘이 어떻게 사이좋은 관계가 되었는지를 이 책이 들려준다.
개구리 세 마리가 나오는데 그 이름이 현주, 민호, 은정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이름으로 캐릭터들의 이름을 바꿨다. 친숙하긴 한데 낯설다. 개구리한테는 이렇게 사람이름을 붙여주지 않지 않아서인 것 같다. 까불이, 왕눈이 식으로 이름 붙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 개구리들 중 호기심 많은 은정 개구리가 돌무더기 속에서 크고 눈처럼 희고 달덩이처럼 둥근 돌 하나를 주워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냥 돌인줄 알고 주워온 그 돌에서 아기 악어가 나온다. 악어를 모르는 이 개구리들은 그것을 닭이라고 부른다. 왜 닭이라고 부르는지는 책에 안 나와 있다. 아마도 그 개구리들이 알고 있던 다른 동물은 닭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닭의 엄마를 만나고서야 그 아기의 이름이 악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여전히 악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아마 개구리들이 악어가 자신들을 잡아먹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친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아기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외적인 요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여러 외부적인 조건들을 보고 관계 맺기를 하는 경향이 짙다. 누군가를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이므로 그런 장벽들을 제거하려는 노력들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식하면 개구리처럼 용감해질 수 있다. 천적인 악어의 새끼인 줄도 모르고 돌봐주지 않는가. 이 책에서는 개구리가 악어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순간은 나오지 않지만 모르기 때문에 화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눈에 쏙 들어온다. 레오 리오니표 그림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그려졌지만 개구리와 악어의 표정이 생생하다. 작가 레오 리오니(1910~1999)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갖고 1939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트디렉터로 성공했다.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지어준 것을 계기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해 <새앙쥐와 태엽쥐>, <으뜸 헤엄이> 등으로 칼데콧 상을 네 번이나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그림책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