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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 - 한국 연작 시화 선집
문삼석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1993년 11월
평점 :
그림과 글이 잘 어우러진 동시집이다. 작가는 문삼석 시인이다. 1963년 조선일보신춘문예에서 동시에 당선됨으로써 등단한 동시 시인이다. 시집으로는 이 작품 외에도 <산골물><가을엽서><바람 하늘 산><이슬><별> 등이 있다.
고추잠자리, 봉투와 풀, 무지개, 우산 속의 4부로 나뉘어져 있다. 고추잠자리에서는 병아리, 강아지, 노랑나비, 토끼, 개미, 물매미 등 곤충과 동물을 읊은 시가 많다. ‘봉투와 풀’에서는 생활 속의 이야기가 많다. 무지개나 우산 속에서고 그렇다. 동시집에서 부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동시도 공부 좀 해봐야겠다.
그림도 시인이 그렸는데 아주 간단하지만 동시와 어우러져 시를 돋보이게 하며 시를 더 기억하기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강아지에서는 ‘졸랑졸랑 따라 오고’, ‘발랑발랑 재주넘고’... 예쁜 시어들이다.
‘개미’라는 시도 재미있다. 더운 줄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까맣게 온몸이 타 버렸나 봐. 무거운 줄도 모르고 짐만 나르다 잘록하게 허리가 휘어 버렸나 봐. 간단하고 쉬운 시이지만 세심한 관찰과 놀라운 상상이 돋보인다. ‘바로 이런 것이 시구나!’, ‘시는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그의 시 중 가장 내 마음에 든 시는 개구쟁이다. 아이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한 것 같아서다. 내가 아이를 혼낼 때 아이 마음이 이럴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와닿았다.
개구쟁이래도 좋구요,
멀썽꾸러기래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세요.’
그럼 웬일인지
자꾸만 더 하고 싶거든요.
꿀밤을 주셔도 좋구요,
엉덩일 두들겨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못 살아. 못 살아. ’ 하지 마세요.
엄마가 못 살면
난 정말 못 살겠거든요.
다음은 ‘그냥’이라는 시다. 백퍼센트 공감이 가는 시다.
엄마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이 시인의 <그만뒀다>라는 시는 초등 1학년 2학기 국어책에도 나왔었는데, 개정 교과서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시인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썼다는 증거겠다. 아무튼 동시 많이 읽혀야겠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은 게 문제인데, 이 문제 치유에는 동시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