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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날아라, 아빠, 날아라’이다. 아빠에 대한 응원문구다. 그렇다. 이 책은 아빠를 응원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동안 가족부양 때문에 힘겹게 살다 보니 용기도 잃어버리고 의기소침 아빠들에게 이제는 변신하라고 촉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스즈키 하지메는 예쁜 여고생 딸은 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얼마나 평범하고 일상에 변화가 없는지 퇴근마저도 일정할 정도다. 또한 그에게 최상의 가치는 가족이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딸이 사고를 당하면서 무미건조한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사랑하는 딸이 고교생 권투 챔피언인 이시하라에게 매를 맞아 병원에 입원한다. 이 남학생의 학교에서는 학교 명예를 위해 교장과 몇몇 선생님들이 나서서 이 사건을 조용히 묻어두게 한다. 스즈키도 이시하라에게 딸의 복수를 하고 싶지만 오십 평생 충실한 샐러리맨으로 살아왔기에 그럴 힘도 용기도 없었다. 이런 아버지에게 딸은 말도 하지 않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즈키는 자기 일상에 생긴 변화를 귀찮아만 했지 사건의 내막을 알려고 하기는커녕 딸을 내린 남학생의 정체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딸을 때린 녀석이 고교 권투 챔피언임을 알게 되고 사고가 난 날 딸을 데려온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된다. 그래 욱 하는 마음에 그는 칼을 들고 무작정 그 아이를 찾아 학교로 가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더 좀비스’라는 아이들을 만나 이 아이들에게 이시하라를 때려눕힐 수 있는 방법을 지도받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더 좀비스’에 속하는 아이들은 일본 사회의 약자들이다. 재일교포인 박순신을 비롯해 오키나와족과 아이누족에 속하는 일본인들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비주류이다. 그런 만큼 차별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본내의 가진 자이고 힘 있는 자로 상징되는 이시하라를 때려눕힌 것은 가진 자들의 억압에 대항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스즈키는 사회적 약자들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라고 해야 할 것
이다.
이렇게 이 책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명성과 달리 고교생인 박순신 일행은 스즈키에게 연신 반말이었고, 박순신이 스즈키를 훈련시키는 내용 일색이어서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짜증나려고 할 즈음에 반전이 있어서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반전은 책에서 찾아보시길~
이 책은 가네시로 카즈키의 전작 <레벨루션 No.3>의 후속작이다. <레벌루션 No.3>를 먼저 읽었더라면 이 책에 대한 이해가 깊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어쨌든 나도 중년이다. 그들에게 멋진 어른으로 보이려면 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삶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남의 멘토가 되는 삶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야 말로 “플라이, 플라이” 해야겠다.
또한 이 책은 폭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되돌아온 폭력을 다시 되돌려 주려고 폭력을 휘둘러. 그런 반복이야. 그러므로 폭력의 사슬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다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긴 다음, 폭력 세계에서 산뜻하게 도망치는 거야.”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폭력의 악순환에 대해 아이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바르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것들이 많은데 그런 나쁜 것에까지 마음을 쓰면서 살아야겠는가.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새기면서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남의 행복 먼저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