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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 내용을 얼핏 듣고는 무척 읽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쳤었다. 그런데 일요일에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해 읽게 됐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다. 아주 재미있었다. 흥미를 느끼게 하는 제목과는 달리 시꺼먼 속표지와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전도자’라는 딱딱한 장 제목은 내가 책을 잘못 기억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예상했던 책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지만, 그런 기우와 달리 이야기는 아주 스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중학교에서 과학을 담당하는 여교사 유코의 딸이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로 처리되지만, 몇 달 뒤 종업식을 하는 자리에서 유코는 자기 딸은 살해된 것이며, 그 진범들이 자기 반에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그 얘기를 경찰에 하지는 않을 것이며 자신도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끝으로 그 둘이 마신 우유에 에이즈 보균자의 혈액을 섞어 놓았다고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이후부터 범인이었던 슈와와 나오키에게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다음 일들은 각자가 고백하는 형식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두 사람 때문에 딸을 잃었던 유코는 결국에는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이 둘의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자식 잘못 키운 죄값을 물리게 하고 딸에 대한 복수를 한다.
이야기의 전개도 빠르고 독특한 형식인데다 각 장의 제목이 뜻하는 바를 생각하게 하는 묘미도 갖춘 좋은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바른 인성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보통 ‘베드타임 스토리’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좋은 옛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라고 한다. 그것이 암암리에 좋은 인성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말이다. 문명의 이기들이 늘어난 만큼 그런 것들에 의존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이런 교감들이 줄어든다. 그런 점 때문에 아이들이 삭막해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요코는 남편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윤리관은 단순한 학습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보통 사람들이 유년기에 배우는 윤리관을 그 사람은 성인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익힐 수 있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군은 자기 윤리관이 결핍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된 이유를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윤리관을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 또한 불후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남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몰랐고 청소년 시절에 악행에 저지르고 방황했지만 성인이 되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바른 사람이 되어 노력했다고 한다. 누구나 이럴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려서의 교육이 더 중요한 것이다. 소년 범죄,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바른 인성을 인도해야겠다. 요코의 남편의 말이다. “증오를 증오로 갚아서는 안 돼. 그런다고 절대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보다 그 사람은 반드시 갱생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믿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증오의 사슬을 끓으려는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임은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