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재 시인의 동명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윤동재 시인은 동시집 <재운이>, <서울 아이들>과 우리 옛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구비구비 옛이야기>, <동시로 읽는 옛이야기> 등을 냈다. 이 시는 시인이 자신의 경험으로 바탕으로 1980년대 초에 쓴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서정적 시이기도 보다 현실적인 주제 의식이 들어 있다. 이 시는 나눔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과도 더불어 살아가자는 이야기다. 비오는 날 학교 가는 길에 영이는 비를 맞으며 시멘트 담벼락에 잠들어 있는 거지 할아버지를 본다. 짓궂은 아이들이 깡통을 앞에 놓고 잠들어 있는 그 할아버지의 어깨를 건드려 보지만 할아버지는 꿈쩍 않는다. 할아버지가 궁금한 영이는 아침 자습을 마치고 몰래 교문 밖으로 나가 할아버지에게 몰래 비닐우산을 씌워주고 간다. 집에 가는 길에 날씨는 갰고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끔 길에서 이런 사람들 보면 사실 무섭다. 옛날에는 당연히 이런 사람들에게 동정을 베풀어 밥도 주고 돈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동정심은커녕 경계하게 된다. 그런 세태를 보여 주듯 문방구 아줌마는 이 할아버지에게 재수 없다느니, 죽지도 않는다느니 험상궂은 말들을 한다.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지기도 했지만 좋은 일 하고도 욕 먹는 경우도 있고 좋은 일 하려다 되려 화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마음을 나누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 될 터인데 걱정이다. 나눔이다, 복지다 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자는 커다란 움직임은 늘고 있지만 정착 큰 힘을 발휘하는 작은 손길들은 늘지 않는 것 같다. 모두 다 조금씩 변하는 것이 세상을 바꿀 텐데 말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영이의 우산만 초록색으로 빛을 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싱그러운 마음이라는 뜻일 게다.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 주변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