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다이어리 창비청소년문학 32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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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산다는 것이 무척 축복이고 쉽게 느껴지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고통스런 시련의 연속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몹시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할 뿐이다.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하면서 자기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되겠다.
오죽하면 그들이 세상을 등지거나 세상과 결별하는 힘든 선택을 했겠냐만은 그렇다고 그런 삶이 더 편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왕 힘든 삶이라면,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라면, 좀 더 용기를 내서 세상 속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의 주인공 빔처럼 제 길에서 벗어난 인생이 무척 힘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속히 온로드의 삶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빔 벤더스처럼 멋진 로드무비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어서 인터넷 카페 별명도 ‘빔’인 주인공은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의 인터넷 카페인 ‘세상 속으로’의 회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우울증에 빠진 엄마 때문에 이 카페를 알게 된 빔은 역시 카페의 회원이자 시선공포가 있는 ‘앨리스’로부터 여행 제의를 받는다.
빔은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게 되자 엄마의 병간호를 핑계로 학교를 그만둔다. 그 뒤 엄마가 퇴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빔은 영화가의 꿈을 핑계로 학교를 포기한다. 이후 진짜 은둔형 외톨이가 된 빔은 집에서 하루 종일 영화만 보면서 가끔 카페 회원들과 채팅을 하는 것이 낙이다.
이런 빔에게 역시 세상 속으로의 회원이며 시선 공포가 있는 앨리스가 여행을 제안한다. 망설이던 빔은 봄바람에 취해서 그리고 엄마가 뜬금없이 사둔 고가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에 끌려 앨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앨리스를 만나러 무작정 오토바이 여행을 떠난다.
그 길에 빔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무면허라고 자신을 붙잡았지만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훈계했던 경찰, 똑같은 바이크족이라며 그를 반겼던 바이크 타는 사람들, 그의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달아났던 찬우, 끝으로 그의 바이크를 훔쳐간 사람들까지...빔은 그들과의 만남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그들을 통해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무척 마음 아픈 이야기다. 책에서 확인하길~.
오토바이 경주에서 길이 아닌 곳을 길을 내면서 달리는 것을 오프로드 경주라고 한다. 그런 것처럼 이 책에서 나오는 아이들도 온로드가 아니라 오프로드에 있는 아이들이다. 저마다의 사연에 의해 온로드의 삶에서 오프로드의 삶을 선택한 아이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빨리 온로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온로드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굴곡도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다. 다들 그런 것을 감내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튼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세상 밖으로 나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 전에 이들에게 세상을 두렵게 만들었던 일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찬우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빔의 누나가 훌륭하게 느껴진다. 그들을 보면 늘 온로드에 머무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나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가 한결 덜 힘이 든다는 것도...우리 청소년 독자들도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빔이 소원대로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프로드에 있는 이들을 온로드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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