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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감기 걸린 알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2
스기우라 한모 그림, 후나자키 요시히코 글, 정숙경 옮김 / 보림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도 무척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알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그림도 흥미롭다. 알이 감기에 걸리다니... 알이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아이에게 감기 기운이 보이자 엄마는 병원에 다녀오라고 한다. 주사가 무섭지만 꾹 참고 병원에 가던 아이는 병원 앞에서 알 하나를 줍는다. 그리고는 그냥 집에 온다. 병원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엄마께 야단을 맞지만 어쩐 일인지 아이의 감기는 다 나아있다. 대신 알이 아이가 아팠던 것처럼 색이 파래지고 떨고 있다. 아이의 감기가 알에게 옮겨간 것이다.
이 알은 신기한 알이다.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의 감정이나 몸 상태가 그대로 옮겨지는 알이다. 아이를 야단치던 엄마가 들고 있었을 때에는 알도 뻘겋게 달아오른다.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났을 때 들고 있으면 두드러기가 알에게 옮겨 갔고 심지어 방귀를 참고 있을 때에는 방귀를 대신 뀌기도 했다.
아이는 이 알을 애지중지하면서 키운다. 드디어 알이 커져서 부화할 것 같다. 아이와 엄마는 알에서 뭐가 나올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하지만 알 속에서 나온 것은 작고 푸른빛의 감기 걸린 쪼그만 알이었다.
재미있는 상상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이런 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신 아파해주고 대신 화내주는 알 말이다. 건강 유지 및 스트레스 퇴치에 제일이겠다.
나만의 이런 알 같은 존재를 주변에 두는 게 좋겠다. 함께 걱정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외로운 인생이 덜 외롭겠다.
아이들이 그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지만 그 메시지를 곱씹다보면 뭔가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이 책 역시도 그렇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얘기지?’ 하고 시큰둥하게 생각했지만 이야기의 의미를 찾다보니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게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책이나 그림이든 읽는 사람 마음대로, 보는 사람 마음대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