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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손은 약손 - 사랑의 의사 장기려 박사 이야기, 우리시대 아름다운 얼굴 01
한수연 지음 / 하늘을나는교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하는데, 제목은 할아버지 손이다. 과연 어떤 할아버지일까?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성산 ‘장기려’ 박사다. 이 책은 그의 일대기다.
장기려 박사는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이산가족이었다. 그 후 40여 년 간 그는 북한에 두고 온 부인과 5남매를 그리며 홀로 살면서 평생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했다. 자기 집 한 칸 없이 병원 옥상의 가건물에서 살면서 환자가 찾아오면 치료비를 따지지 않고 치료부터 해주던 참 의사였다. 나이가 들어서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사랑과 정성으로 치료해 주었다.
장기려 박사가 의사가 된 계기는 심장판막증으로 죽은 여동생 기자 때문이었다. 191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그는 여동생의 죽음을 보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경성의전을 졸업해 의사가 되고 평양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로 간암 수술을 성공으로 이끌어 외과의사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1950년에 우연하게 둘째 아들만 데리고 월남하게 된다. 이것이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는 1951년에는 부산에 내려와 복음병원을 세우고 행려병자를 비롯해 가난한 시민들을 진료한다. 1968년에는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이라 할 수 있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해 서민들의 의료 생활을 위해 애쓰다가 1995년에 생을 마감한다.
뜨거운 인간애로 의사의 본분을 다하며 40년을 한결같이 기도 속에서 가난한 이웃과 살아온 장기려 박사는 1979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의 사회봉사상을 받는다.
평생을 홀로 한 그에게 주위에서 재혼을 권유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하는 길은 이곳에서 가난한 환자들을 열심히 돌보는 일이다. 그러면 나 대신 하나님께서 내 가족도 누군가를 통해 돌보게 할 것이다.’ 그만큼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자기보다는 없는 이들 편에서 진정한 의술을 행한 성자였다.
요즘 이런 사명감을 갖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의사는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돈벌이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이런 인도적인 사명감으로서 의사가 되기를 기원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은 의학기술이 발달해 웬만한 병은 완치가 된다. 그런 좋은 기술에 의사의 이런 사명감과 정성이 보태진다면 환자의 아픔을 보다 쉬 가시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