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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사람들에 관한 책 ㅣ 그림책 도서관 10
토니 모리슨.슬레이드 모리슨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노경실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도 흥미롭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글이라는 데 끌려서 보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 작가라니,..게다가 옮긴이가 우리나라의 유명한 아동문학가인 ‘노경실’이다. 몇 작품 읽진 않았지만 노경실 작가의 책들 재미있게 읽어서 은연 중에 그녀의 팬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에 대해 써놓았을까? 간혹 얌체 같은 사람들을 본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얼마 전 야구장에서 본 아가씨가 떠오른다. 그날은 스쿨데이라서 입장객이 엄청 많아서 자리가 부족했는데 가방으로 한 자리를 차지해 놓고서는 자리를 못 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화가 나서 싸울까도 했지만 경기가 시작돼서 아들만 좌석에 앉히고 나는 스탠드에 앉아서 보다가 자리가 난 후 좌석으로 옮겼다. 이런 것은 얄미운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성이 안 된 것이겠지...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인성 교육에 더욱 더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럼 이 책에는 어떤 이들이 얄미운 사람으로 등장할까? 물론 일반적으로 얄밉다고 할 만한 사람도 적어 놓았다. 자기를 앞에 두고 다른 이와 속닥속닥 귓속말 하는 사람, 괜히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사람 등. 그런데 의외로 엄마, 아빠, 형 등 온가족 모두를 얄미운 사람에 포함시켜 놓았다. 도대체 그들이 어쨌기에?
이유는 단순하다. 할머니는 앉으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일어서라고 하신단다. 그래서 아이는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단다. 또 자기말만 듣고 있으라는 엄마. 체스를 둘 때 나이트(기사)는 거기로 갈 수 없다고 말하는 형(여기에는 언어유희가 포함돼 있다. 체스의 나이트를 아이는 밤으로 알아듣는다)도 속한다. 또 공책 줄에 맞춰 글씨를 쓰지 않는다고 혼내는 선생님, 엄마 대신 자신을 돌봐주는 누나도 그렇단다. 그러면서 아이는 얄미운 짓을 하는 어른들은 아이 같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는 얼굴을 늘 찡그리던 사람이 갑자기 웃으며 다가오면 와락 겁이 난다고 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난 언제나 웃을 거예요!”라고 적어 놓았다.
사실 이 책에서 얄미운 이로 표현된 사람들은 결코 얄미운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 마음에 조금 안 들었을 뿐이지...행복에 겨워서 하는 말들인 것 같다. 아무튼 얄미운 짓 하지 말고 웃자는 얘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얄미운 사람들에 관한 책’이란 이 책을 보고 있는 그림이 있다는 것.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토끼로 표현돼 있어서 귀여우며 얄미운 짓이 얄밉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