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피플 -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화라데 칼라트바리 지음, 모르데자 솔탄푸르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파란색 표지가 인상적이다. 파란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표지의 느낌은 밝지 않다. 파란 나무로 지은 듯한 집이 표지에 꽉 차서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다. 어쨌든 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는 책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됐다.

그런데 그린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르크 샤갈이다. ‘어! 내가 알고 있는 그 샤걀 맞나?’ 해서 저자 설명을 찾아봤다. 맞다.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로서 색채의 마술사란 불렸던 그 샤갈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 있었다. 작가는 화리데 칼라트바리로, 이란의 출판사 샤버비즈의 대표이자 동화 작가다. 그녀의 그림책을 번역한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작가라는데 그녀의 작품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블루 피플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 소녀는 가족들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다.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의 엄마와 아빠조차도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소녀는 무척 낯설어 보였고 파랗게 보였다.

영어 단어 blue에 ‘우울한’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blue people'도 blue의 이런 부정적 의미를 따온 단어이다. 소녀가 하는 모든 말에 주위의 그 누구도 동조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소녀가 모든 사람들이 흐릿해 보인다고 엄마에게 말해도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얘야, 네가 잘못 보았구나. 사람들이 정말 희미해 보일까‘라고 말한다.

이처럼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족임에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이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 두렵다.

‘이모에게 다가가 껴안으려 했으나 이모는 외면했다’라는 가슴 아픈 문장도 나온다. 엄마는 더 심하다. 소녀가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가끔씩 다녀도 괜찮다”이다.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위안은 있는 법이다. 소녀는 할머니 집 정원의 사과나무와 그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에서 희망을 찾는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보게 된다.

소녀가 할머니의 집으로 가면서부터 그림의 색조가 환해짐을 느낄 수 있다. 소녀가 위안을 받으러 가는 장소임을 암시한다. 전체적으로 그림의 색조가 피카소의 청색시대를 연상시킨다. 우리의 사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며, 샤갈에 대해서도 다시 찾아보게 만든 그림책이었다.

끝내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은 페이지마다 있는 푸른 초승달 무늬의 엔딩마크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초승달 모양이 이슬람교의 상징이고 이란이 이슬람 국가이므로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되지만, 정확한 의미를 몰라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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