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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ㅣ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어느 덧 한 달 하고 보름이 지났다. 나는 요즘 중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매일 중학생들을 보는데, 학기가 중반에 들어서는 지금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신입생은 신입생대로, 재학생은 재학생대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다. 그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사서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 없을까 해서 고민 중이다. 그러면서 보게 된 책이 <스프링벅>이다.
이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로서 어느 목록에서 소개된 것을 본 적도 있고, 배유안의 <초정리 편지>, <창경궁 동무>같은 역사동화들을 즐겁게 읽었었기에 이 책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에는 ‘스프링벅’이라는 초식 동물이 있는 줄도 몰랐다. 오래 전에 레밍이라는 쥐들이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떼로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보도를 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스프링벅도 생존경쟁 때문에 단체로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스프링벅들은 떼로 옮겨 다니면서 풀을 뜯어먹고 산다. 그렇다 보니 뒤쪽에 있는 스프링벅들에게는 먹을 풀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뒤에 있는 스프링벅들은 앞으로 가서 풀을 뜯어 먹기 위해 달리게 되고, 그들이 뛰니 앞에 있는 스프링벅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뛰게 된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풀을 먹기 위해 뛰는 게 아니라 다른 스프링벅들에게 뒤지지 않게 뛰게 된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그러다 결국에는 절벽에 다다라서도 멈출 수 없는 지경까지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스프링벅의 어처구니없는 습성을 오로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 비유했다. 아이들이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잘못 교육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책의 표현을 빌려 적어 본다면 ‘삶의 목적은 풀밭 끝 벼랑이 아니고 풀이야. 지금 너희들 옆에 자라는 싱싱한 풀이라고. 가다가 계획과 다른 길로 가게 되더라도 뭐가 걱정이니? 거기도 풀이 있는데. 못 먹어본 풀이 있어서 더 좋을 수도 있지.’가 되겠다. 인생은 풀 먹기처럼 단순하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산다면 적어도 공부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불행을 막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스프링벅>은 공부를 잘 해서 일류대학에 들어간 형을 둔 동준이가 형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면서, 또한 같이 연극부에서 활동하던 창제가 가출하는 바람에 그가 맡았던 연극의 주인공 자리를 대신하면서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창제나 동준이의 여자 친구 예슬이 모두 부모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부모와 마찰을 겪더라도 자기만의 삶을 일궈나가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필요한 일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부모 뜻에 따라 학교에 가고 학원엘 간다. 이제부터는 이런 일들을 자기 목표와 계획에 맞춰 자발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달라 보이고 한층 의욕도 생길 것이다.
스프링벅들에게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달리기가 아니라 풀을 골고루 나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벼랑에서 집단사하는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이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기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프링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