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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화를 속으로 삭일 때도 있지만 주위사람들에게 퍼붓는 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 조절을 잘 해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속은 더 좁아지니 정말 큰일이다. 멋지게 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탈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화풀이는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고 아이 나름대로 화 조절법을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자신만의 화 조절법이 있다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비교적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쏘피 역시 언니 때문에 무척 화가 난다. 고릴라 인형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데 언니가 뺏어 간다. 엄마에게 말했지만 엄마는 이제 언니가 갖고 놀 차례라며 오히려 언니 편을 든다. 그런데다 언니가 고릴라 인형을 빼앗아 갈 때 트럭 장난감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고릴라 인형을 뺏긴 것도 속상한데 아프기까지 하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소피가 얼마가 화가 났는지가 잘 표현돼 있다. 눈은 커져 이글거리고 있고 양 갈래로 딴 머리까지 양옆으로 뻗칠 정도로 화가 치솟는다.
이 책은 소피의 감정 변화를 소피를 둘러싼 윤곽선으로 잘 표현했다. 처음에는 소피의 윤곽선이 연한 귤색으로 그려져 있지만 화가 난 뒤론 빨간 색으로 바뀐다. 화가 나서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를 때에는 시뻘건 색에다 선의 두께도 두껍게 바뀐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소피의 몸에서 불이 화산처럼 폭발할 정도가 된다.
하지만 쏘피에게는 자기만의 화 조절법이 있다. 숲속을 지치도록 달리고 울기도 하며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멀리 바라보면서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소피가 화를 누그러뜨릴수록 쏘피의 윤곽선도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또 노란색으로 바뀐다.
아이들에게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쉽게 알려준다. 화를 무조건 참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됨을 알려준다. 사람에게는 이성이 있지만, 감정에도 쉽게 휘둘린다. 따라서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