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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우리 집은
수잔 마리 스완슨 글, 베스 크롬스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8월
평점 :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밤을 상징하듯 검정 바탕에 사람이나 모든 사물들이 흰 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빛을 내는 것이거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들은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래서 그림이 따스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책은 아이오나 오피와 피터 오피가, 전래동요를 수집해 1955년에 발간한 <옥스퍼드 동요집>에 실린 ‘이 열쇠로 왕국을 열지’라는 동요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열쇠로 왕국을 열지’는 ‘왕국에는 도시가 있고, 도시에는 동네가 있고, 동네에는 거리가 있고...’라는 식으로 문장이 이어지는 형식의 동요라고 한다. 작가는 이 노래를 즐겨 불렀었다고 한다.
책의 이야기는 온 가족이 숲으로 산책을 다녀온 뒤 집안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가 문에 열쇠를 꽂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직 해가 산 아래로 넘어가기 전이라 집안은 환하다. 이 책은 아이의 동선에 따라 집밖에서 아이의 방으로 들어오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아이는 방에 들어와 그림책을 펼치는데 그림책 속에 밤하늘의 어둠을 밝히는 새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새를 잘 봐야 한다. 처음 그림책의 페이지에서는 새 앞에 태양이 있고 새가 태양을 향해 나는 모습이지만 아이가 상상의 세계에서 집에 돌아와 다시 펼친 그림책 속에서는 새의 방향도 반대가 되어 있고 새 뒤에 달이 그려져 있다. 마치 한낮에 태양 빛을 충전한 새가 한밤 동안 어둠을 밝히다가 달님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태양빛이 방안을 비출 때 아이는 그림책을 보다가 책 속의 새를 타고 마을과 우주까지 여행하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 새는 어둠을 밝히는 새여서 이 새가 지나간 곳에만 불빛이 켜지게 된다. 아직 새가 지나가지 않은 곳은 불이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는 이 새를 타고 태양빛이 달을 비춰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인 우주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 사실을 알아낸 아이는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온다. 그 다음에는 앞서 말한 동요처럼 문장을 이어가는 식으로 맨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던 지점까지 되돌아오는 형식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 한강변의 야경을 봤는데 정말 멋졌다. 주부이다 보니 저녁시간을 밖에서 보낼 일이 거의 없다. 밤이 주는 휘황찬란한 분위기를 보니 크리스마스트리가 연상됐다. 눈이 와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빛과 어둠. 태양과 달의 관계를 아주 멋지게 표현준다. 문장 이어가기 형식이라 아이들의 표현력 키우기에도 좋다. 그리고 이 책은 그림에서 찾아봐야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재미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