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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어루만짐, 후스르흐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6
김성희 글 그림 / 한솔수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인 <수호의 하얀말>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그림은 <수호의 하얀말>과 다른 느낌이지만, 별이 총총한 사막의 밤 하늘 아래에 몽골의 전통복장을 한 남자가 마두금을 연주하는 모습에서 금세 몽골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저 멀리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아기 낙타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예전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여러 나라의 대사관의 직원들을 초청해 해당 국가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나라의 지리적 위치, 화폐, 생활풍습 및 의상 등에 대해 쉽게 알려 주는 것이었는데, 그때 참여한 곳 중 하나가 몽골이었다. 그래서 몽골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가 <수호의 하얀말>이기도 하고.
<후스르흐>의 주인공은 낙타다. 처음 새끼를 낳는 낙타 중에는 자신을 아프게 한 새끼가 두려워서 새끼를 낳자마자 새끼를 멀리하는 어미가 있다고 한다. 젖을 안 주고 새끼를 피하기만 한단다. 그만큼 산고가 어떨지 짐작이 갈 것이다. 몽골에서는 이 때 마두금을 연주해 주고 어미 낙타의 등을 따스하게 쓰다듬어 준단다. 그러면 어미 낙타의 아픈 마음이 풀려 어미가 새끼 낙타를 찾아 젖을 물리고 돌본다고 한다. 몽골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이러한 전통을 ‘후스르흐’라고 한다.
작가 김성희는 2008년 여름 내몽골 차깐노르에서 마두금 소리를 듣고 이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몽골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런 방법으로 낙타의 마음을 어루만졌을까 궁금해 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정을 나누고 살고 있는 모습에서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썼단다.
동물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사람들을 간혹 본다. 나이 들어 걷지 못하는 개를 업어주는 사람 등 동물을 사람 못지않게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들 역시도 귀중한 생명을 타고 나는 것이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그들 역시도 그만큼의 보답을 하는 것 같다. 정을 나누는 것은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모든 것에서 정을 나누고 교감하는 일이 가능한 것 같다. 나누면 나눌수록 힘이 되고 훈훈해지는 것이 정이다. 정을 나누면서 살자. 마두금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해 궁금하다. 해금 소리와 비슷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