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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개 작은 개 - 잠들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 ㅣ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5
필립 디 이스트먼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것과 작은 것. 대조성이 느껴진다. 이 제목을 보니 어렸을 때 봤던 ‘꺼꾸리와 장다리’라는 옛날 영화도 떠오른다. 당시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승현과 김정훈이 나왔던 영화인데, 아주 오래돼서 줄거리만 겨우 기억난다. 키가 작아서 장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와 키가 커서 꺼꾸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외모는 다르지만 친구로서 잘 지낸다는 줄거리였다.
그래, 맞다. 이 책의 내용도 다름에 관한 것이다. 큰 개는 프레드, 작은 개는 테드다. 이 두 개는 친구다. 그런데 너무나 다르다. 외모만 다른 것이 아니라 취향도 완전 달라서 좋아하는 색깔도 다르고 차나 옷도 다르다. 프레드를 표현하는 색은 초록색이고 테드를 대표하는 색은 빨강이다. 빨강의 보색이 청록이라는 것을 참조하면 두 색은 거의 보색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둘이 다르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둘이 얼마나 다른지가 계속 이야기된다. 그렇지만 둘은 같은 집에서 잘 지낸다. 비록 여행을 가서 서로의 몸에 맞지 않는 침대 때문에 잠시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기에게 맞는 곳으로 옮긴 뒤에는 서로 행복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알려준다.
책 뒤에 잠들 때마다 반복해 읽어 주라는 조언이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나온 지 35년이나 된 그림책의 고전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앞서 말한 교훈 외에도 서로 반대되거나 호응하는 말을 동원해 크기, 색깔, 차이 등 여러 가지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장다리는 ‘무와 배추 따위의 꽃줄기’를 지칭하는 말로 키가 작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는 쓸 수는 없단다. 왜나하면 장다리는 그 생김새가 기다랗기 때문에 훤칠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다리가 키 작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바로 앞서 말한 ‘꺼꾸리와 장다리’ 영화의 원작이 된 <꺼꾸리군 장다리군>이라는 만화 때문이란다. 따라서 키가 작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는 장다리가 ‘작다리’를 써야 한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데, ‘키가 작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다. 꺼꾸리는 꺽다리가 바른 표현이다. 이 책 덕분에 이런 상식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