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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 ㅣ 웅진 세계그림책 111
앤서니 브라운 지음.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나는 장녀이고 맏며느리라서 형이나 언니의 보살핌을 못 받아서인지 형이나 언니의 필요성을 별로 모르겠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도 쉽게 ‘언니’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러나 가끔은 언니나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이 책의 아이처럼 자랑스러워 할 만한 형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주인공 아이는 자기 형이 정말 멋지다(늘 그런 건 아니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고 자랑이 늘어진다. 외모나 옷차림이 멋진 것은 기본이고 못하는 게 없다. 높이뛰기는 코끼리를 뛰어넘을 정도이고 스케이트보드는 고양이도 놀랄 정도다. 달리는 것도 하도 빨라 슈퍼맨이 될 정도다. 게다가 책도 많이 읽는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이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에 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본심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아이도 그렇다. “나도 정말 멋져!”가 바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의 모습이 형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스웨터의 줄무늬 색과 머리색만 다를 뿐이다. 가슴에 달고 있는 멋쟁이 배지까지 똑같다.
결국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 형 자랑을 실컷 한 셈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삐딱한 해석일 수 있다. 진짜 형이 자랑스러워서 한 말이고 그에 자기 자랑을 조금 보탤 수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형제들을 위한 책이다. 터울이 크지 않은 형제들은 경쟁하면서도 자란다는데 이런 선의의 경쟁이라면 두고 볼 만 하겠다. 아무튼 멋진 형과 사랑스러운 동생을 위한 책이다. 이런 형제를 둔 부모라면 무지 행복하겠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다.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아이 사진이 한 장 들어있는데, 작가의 형이 아닐까 싶다. 형을 생각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 책에서도 그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림 속에 많은 것들을 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