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 시, 박항률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치료 수업 중 강사가 권장한 책이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다. 이 책은 산문집인데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 어느 책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 중 <슬픔이 기쁨에게>를 보았는데 너무나 좋았다. 내 기쁨만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시였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에게 마음이 끌려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슬픈 제목이다. 드라마나 영화 제목 같다. 이 시집에는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사람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4부에 걸쳐 많은 시가 실려 있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게 된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는 이 책에 실려 있지 않다.

  이 시집에서 내 마음에 들어온 시는 책 제목이 된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라는 구절이 있는 <미안하다>를 비롯해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결혼에 대하여>, <슬픔 많은 이 세상에도>, <가난한 사람에게> 등이 있다.

이 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를 적어본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아직도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학창시절 국어 시간을 통해 시를 분석적으로만 배웠기에 시를 읽으면 각 시어의 참뜻과 시의 참주제를 찾아내야 할 의무감이 느껴져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누군가에서 이 시 좋다고 권하고 싶어도 그 시가 본래 의도와 내가 느끼는 바가 다를까봐 주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시는 우리 인간이 인생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곡조 없는 노래다. 그래서 이제 나도 시도 노래처럼 즐길 생각이다.

  아무튼 지금은 시가 그리워지는 때다. 따끈하고 노릇노릇한 군고구마나 단팥이 가득 든 호빵이 먹고 싶듯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시를 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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