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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부엌에서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그림책에 대해 공부하는데 거기서 꼭 언급되는 책이 바로 모리스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와 <괴물들이 사는 나라>이다.
모리스 샌닥의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처음 발표된 것이 1994년인가 보다. 내가 본 책이 바로 초판본이다. 그래서 더 신기하고 신선한 감흥이 있다.
이야기는 한밤중에 요란한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미키라는 아이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외치다가 깜깜한 데로 굴러 떨어지면서 옷이 벗겨진다. 그 아이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다가 빵가게 부엌으로 떨어지고, 아저씨 여럿이서 반죽하던 빵 반죽 속에 떨어진다. 그런데 아저씨들은 아이가 반죽 속에 들어간 것은 아랑곳 않고 ‘반죽에 밀크를!’이라고 외치면서 빵 반죽을 오븐에 넣는다. 아이가 자기는 밀크가 아니라 미키라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빵이 한창 익어갈 무렵 아이는 반죽을 뚫고 나와 반죽을 치대어 비행기 모양을 만들더니 밀크웨이(은하수)로 가서 밀크를 구해오겠다고 한다. 언어유희가 가미된 이야기다.
그렇게 은하수까지 날아간 미키는 우유를 큰 병으로 가득 담아오고 그 우유병속에 들어가서 우유를 아저씨들의 빵 반죽에 부어준다. 그렇게 해서 아저씨들은 신나게 빵을 만들고 미키는 아침이 되자 본래의 자기 침대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환상적인 이야기다. 사내아이의 벗은 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이것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느냐의 여부로 우리나라에서 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찍 잠을 자는 아이들이 밤에 대해 가지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쓴 글이란다. 재미있다. 밤에 잠을 안 자려는 아이에게 읽혀주면 좋겠다. 일찍 자지 않으면 “너도 미키처럼 우유 가지러 날아가야 해!”라고 말하면서. 어쨌든 아침마다 맛있는 빵을 먹게 된 것이 미키 덕분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꿈에서나마 이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즐거운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깊은 밤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이런 환상적인 상상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상상력 갖고는 어림없는 소리일 것이다. 밤에 들리는 소리는 더 무섭게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렇게 상상하면 하나도 안 무섭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