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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사랑한 거북이 - 이탈리아 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10
실바나 간돌피 지음, 이현경 옮김, 파비안 네그린 그림 / 다림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농담으로 치킨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에게 내세에는 분명 닭으로 환생할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나는 ‘나중에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면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요즘에는 내가 너무나 바빠져 이왕이면 한낮에 바닥에 배 깔고 누워서 늘어지게 단잠을 자는 개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복날에 그들이 겪는 슬픔은 아랑곳 않고. 그래서 가끔 다시 태어난다면 개로 태어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굉장히 문학적으로 느껴진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거북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문학적인 느낌과는 달리 인생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다.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열 살 소녀 엘리사에게는 여든이 된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할머니는 엘리사의 가족과 따로 산다. 그저 엄마의 심부름으로 어려서부터 할머니 댁에 오가며 빵도 구워서 갖다 드리고 할머니의 말벗도 되었던 엘리사는 그동안 엄마가 직접 할머니 집에 갔던 적이 없었고 할머니께 갖다 드리는 음식 또한 엄마가 만들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엘리사의 할머니는 셰익스피어를 몹시 좋아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젊은 시절에는 연극을 했었다.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항상 깨끗하고 좋은 향기를 풍기며 다정다감했던 할머니가 한때 딸 그러니까 엘리사의 엄마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할머니는 거북이처럼 변해 가는데 엘리사는 이 얘기를 엄마에게 했다가는 엄마가 할머니가 또 다시 정신병원에 보낼까봐 걱정돼 말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는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이가 된다. 할머니는 죽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변신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엘리사와 시내에 갔다가 거북이 빗을 주워온 뒤로는 정말로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이 된다. 다행히 셰익스피어 연극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거북이가 됐지만 셰익스피어 연극의 대사를 통해 엘리사와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져 할머니 거북이는 잠에 빠지고 베네치아에 물이 들어와 해수면이 높아져 할머니가 위험에 놓인다. 그러나 엘리사는 할머니를 구하고 엄마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을 또 다른 생명으로 환생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불교의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저자가 불교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렇게 작품 속에도 저자의 종교관이 녹아 있다.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소원대로 변신할 수 있었고 평생을 한으로 여겼던 딸과 화해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긴 죽음은 그 어떤 용서할 수 없었던 일도 용서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 전에 용서할 수 있다면 훨씬 좋았으리라. 죽을 때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