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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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설정이다. 내가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입다니...가끔은 나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옷이 너무나 예뻐서 덜컥 사면서 ‘반드시 살을 빼서 이 옷에 몸을 맞춰야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옷이 나를 입는 것이 맞는 말이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오랜만에 외출을 결심하고 옷을 입으려다가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다며 투덜대며 옷을 사러 갔단다. 그런데 막상 사려니 몸에 맞는 옷이 없었고,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집에 돌아왔단다. 이미 집에 있던 옷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여기며.

  이 글은 옷을 사러 동대문 쇼핑상가에 간 소녀들의 이야기다. 교복과 학생구두에 개성을 묻어둬야 하는 이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서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고 자기만족도 추구하는 평범한 소녀들이다.

  소녀들의 이름이 재미있다. 옷 사러 갈 때만 펄펄 나는 애(날개옷), 남자 친구 있는 애(애정과다), 리더형 인간(리더), 주인공 아이가 산 옷을 맡겨 두고 필요할 때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일명 ‘나의 멋쟁이 패션 요원K(요원K)'가 나온다. 주인공의 이름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옷 쇼핑 때문에 한데 뭉친 아이들이다. 서로 취향도 다르지만 옷을 사야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한데 어울리게 된다. 그래서 서로 속 깊은 이야기도 못 나누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직설적인 말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이게 바로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들어서 옷을 선택하기보다 오히려 옷에게 선택당하는 입장이 된다. 그런데 나중에 주인공이 스스로 옷을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어른들 눈에는 뭘 입어도 예쁜 우리 청소년들이 괜히 어른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자기 나이에 맞으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옷차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과 쇼핑이라는 잘 풀어 놓아서 즐겁게 읽었다. 이전에 읽은 임태희 작가의 <쥐를 잡자>라는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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