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제목의 책이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 ‘가만히’, ‘조용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 사랑에는 열정이라는 말이 붙어야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두 수식어 때문에 짝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럴 것 같다.

  난 책 제목과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편이다. 표지에 아이가 나오는 걸 보면 부모의 사랑이 맞을 것 같다. 책을 읽어 보니 내 짐작이 맞았다.

  그런데 너무나 슬픈 이야기다. 표지에 나온 아이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할 것이다. 나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책을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아이의 이름은 ‘유이스’다. 하지만 이 이름보다는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부를 수 있는  ‘유유’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현대의 신경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각한 뇌 질환을 갖고 있어서(일명 뇌성마비) 움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먹을 것조차 혼자 힘으로 삼킬 수 없는 상태다.

  이 아이는 스페인의 작가이자 언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둘째 아이다. 저자 부부는 약과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이 아이를 여느 아이들처럼 어릴 때부터 데리고 로마, 스코틀랜드, 핀란드, 하와이 등으로 여행을 다닌다. 이 가족은 아이와 어떤 교감도 나눌 수 없지만, 작가는 7년 동안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을 기록한 이 글을 아들의 항해일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작가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원하는 청년 버드의 절망과 일탈의 나날을 그린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작품을 쓴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인 체험>은 오에 겐자부로의 자전적인 이야기로서, 선천적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겪는 절망을 잘 그렸다.

  이 책의 작가 마리우스 세라 역시 절망하지만 금방 극복하고 장애인 아들의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그냥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푼다. 아들과 마음속으로만 이야기해야 했던 아버지의 슬픔도 느껴지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 장애인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회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한 장애인이 엘리베이터를 들이받는 바람에 생긴 사고다. 우리가 그 역시 누군가의 귀한 자녀이고 존경받는 아버지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면 그에게 좀 더 친절히 대했을 터이고 그의 말을 경청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억울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되풀이되고 있지만 우리 의식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이 책을 통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얼마만큼의 헌신과 사랑을 기울이는지 안다면 그들을 더욱 더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세상사람 누구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아이의 성장기라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쉽게 읽히지 않은 것은 날짜별 구성이 아니라서 다소 헷갈리기 때문이다. 작가의 추억에 따라 이야기가 시간의 앞뒤로 왔다갔다 한다. 이 점을 처음부터 유념해서 읽으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장애인 이야기하면 장애를 극복하고 놀라운 업적을 이룩한 이들의 이야기가 주였다. 그래서 사실 이들은 장애인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들에게 장애는 삶의 방해물이 아니라 성공을 빛내주는 장식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래서 장애아를 키우면서 느낀 아버지의 솔직한 마음을 다룬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하기는 이 아버지 또한 여느 장애인의 아버지들보다는 특별한 직업의 사람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장애 자녀들 둔 부모의 심정을 잘 느낄 수 해주어서 장애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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