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 내리던 장날 - 제4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14
안학수 지음, 정지혜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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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날’ 하면 꼭 외갓집이 생각난다. 나는 어렸을 때 방학 때면 시골 외갓집에 보내졌다.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이 방학 때만이라도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나를 외갓집에 보냈기 때문이다. 장날 외할아버지는 하얀 모시 한복에 모자를 쓰고 장에 가시곤 했다.

  외갓집에서 장이 너무 멀었기 때문에 나를 장에 데려가신 기억은 없다. 외할아버지가 가시던 길 중간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가다가 이랴이랴 소달구지를 끌고 가던 아저씨를 만나고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가던 할머니들을 만난 기억이 있을 뿐이다. 장에서 할아버지가 무엇을 사오셨는지도 기억에 없다. 하지만 장날은 외갓집에서 보낸 나의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이 동시집이 살갑게 느껴졌다.

  표제가 된 ‘부슬비 내리던 장날’은 슬픈 시다. 장날 모기약 팔던 할아버지가 안 보여 알아보니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꼬치구이를 사먹지 말고 모기약을 팔아줬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담긴 시다.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밖에도 이 시집에는 아주 많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 갯우렁이, 딱지조개, 멍게, 배무래기 등 갯벌에 사는 동식물, 숲에 사는 풀이나 곤충, 동물들에 대해 읊은 시들이 많다. 이런 시들 덕분에 새로운 동식물들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적잖았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에 정말 감탄하게 된다. 누가 해삼을 보고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하겠는가? 바다에 유출된 기름이 절어 죽게 된 조개가 입을 활짝 벌리고 있는 모습을 삼베 리본이라고 표현한 것 또한 기막힌 상상력을 보여준다.

  자연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보여준 시인은 바다의 오염을 한탄하는 시들도 여러 편 지었다. 재작년에 있었던 태안반도의 기름유출 사고를 떠오르게 하는 시들도 있고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을 안타까워 하는 시도 있다.

 이처럼 시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갯벌과 숲 등 자연에도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들려준다. 하다못해 걸레에까지 애정을 표해서, 걸레에 관한 시도 한 편 지어 놓았다.  놓았다.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도 한땐
잔칫집에서 얻어 온
참 좋은 수건이었어요. 
   ...
새 수건이 들어온 뒤
걸레로 밀려나
늘 궂은일에 쓰이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 
   
   세상의 모든 것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져야겠다. 모든 사람들이 걸레와 같은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이 시를 보니 걸레스님이라 불렸던 중광스님이 떠오른다. 아무튼 시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시 그 자체를 감상하는 데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들을 끄집어내게 하는 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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