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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 빈센트 ㅣ 쪽빛그림책 7
이세 히데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대번에 태양빛을 간직한 강렬한 노란 색의 해바라기로 유명한 화가 ‘고흐’가 떠올랐다. 고흐는 그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테오가 쓴 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테오가 아니라 이세 히데코라는 일본 작가였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동생 테오도르 반 고흐에게 700통에 가까운 편지를 썼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져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삶의 고통과 그림을 그리는 것 말고는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고흐의 절절한 마음이 전해진다고 한다. 고흐는 테오에게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형제로서, 친구로서의 사랑뿐이라고 호소하고 테오는 그런 형의 마음을 평생 보듬어 안으려고 애썼다.
고흐가 얼마나 고독을 느꼈는지는 이 그림책 속에 실린 글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내 영혼에 조그만 난로가 있는데, 아무도 불을 쬐러 오지 않는구나.’ 그가 느꼈던 삶의 고독히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팠다. 또 이런 글도 있다. ‘그림으로 몸부림쳤던 나를 용서해라. 나는 눈에 비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삶에는 너무 소홀했다.’ 그의 인생을 정리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 나온 편지에는 ‘너는 단순히 그림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나와 함께 그림 제작에 참여했다’하는 테오에 대한 찬사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 둘의 편지 속에는 이 책에서처럼 어린 시절 밀밭에서 정겹게 놀던 때를 추억하는 글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이 형제의 편지글을 보고난 감상을 이세 히데코가 그린 것이다. 그는 1990년부터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여행하며 고흐의 발자취를 더듬었으며, 고흐에 관한 글을 여러 편 냈다. 수필 <두 고흐>, 그림책 <그림 그리는 사람>, 여동생과 번역한 전기 <테오, 또 하나의 고흐>를 출간했다. 그러는 동안에 꼭 고흐 형제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고흐나 테오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마치 동생 테오가 형에 대한 이야기를 쓰듯이 형이라는 말만 나온다. 제목이 ‘나의 형 빈센트’이지 않은가? 고흐가 남프랑스 아를에서 잠시 함께 보냈던 고갱의 일화도 나오지만 고갱의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고흐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느낌이 강조되며 그가 느꼈을 고독감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처음 이 그림책을 제목을 봤을 때에는 고흐 작품에 대한 해설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고흐라는 화가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