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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클레어 니볼라 글 그림,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3년 10월
평점 :
표지의 그림이 강렬하고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보게 되었다. 보통 이런 제목의 책인 경우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 또 어떤 유명 인물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보게 되었다. 사실 내가 아는 엘리자베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전부이긴 하다.
그런데 표지에 나온 여자 아이가 안고 있는 아이는 진짜 아기가 아니라 인형이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동생인 줄 알았다. 엘리자베스는 바로 이 인형의 이름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독일에 살던 유대인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뒤에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물건을 다시 만나게 되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작가 클레어 니볼라의 어머니에게 있던 실제 이야기다. 클레어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에 독일에서 살았다.그녀에게는 엘리자베스라는 아기처럼 생긴 큰 인형이 있었는데, 그녀는 이 인형을 아주 좋아해서 모든 일들을 함께 하곤 했다. 이 집에는 장난꾸러기 개 피피가 있었는데, 한번은 이 개가 엘리자베스를 아주 좋아해서 멍멍 짖으며 춤을 추자며 엘리자베스의 팔을 물고 가는 바람에 엘리자베스의 팔에 상처가 났던 일이 있었다.
이런 행복한 나날이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모든 것이 변했다. 유태인이라 불렸던 이 가족은 모든 것을 두고 이탈리아로 떠나야했다. 그때 엘리자베스마저 두고 왔어야 했다.
그 후 엘리자베스를 가지고 놀았던 소녀의 가족은 이탈리아에서 파리로, 다시 미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세월은 흘러 소녀도 결혼을 하고 딸을 두었다.
그 딸이 여섯 살이 되자 생일 선물로 진짜 아기처럼 가슴에 꼭 안을 수 있는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인형을 사러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골동품 가게를 지나가다가 인형을 보게 되는데 그 인형이 바로 엘리자베스였다. 인형이 입고 있던 레이스 옷 소매를 올리자 피피가 물었던 자국이 있었다. 이제는 그녀의 딸도 어른이 되어서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손녀가 돌보고 있다.
정말 기적 같은 이야기다. 독일에서 어린 시절에 애지중지했던 인형을 바다 건너 먼 미국 에서 다시 만나다니 이야기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하겠지. 인연은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살다보면 드물지만 이런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나 사물이든 끈끈한 관계로 맺어진 것 사이에서는 특별한 교감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엘리자베스를 다시 만남으로써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선물받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내게는 무엇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물건인가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