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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꿈꾸는 뒷간 ㅣ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3
이동범 지음 / 들녘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뒷간, 참 오랜만에 불러오는 단어다. 아이들에게 ‘뒷간’은 생소한 단어다. 화장실이라고 해야 알 것이다. 그런데 뒷간 하면 왠지 저속한 말 같고 그야말로 똥냄새가 풍겨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뒷간문화를 생태적 순환의 한 고리를 담당했던 훌륭한 문화라고 칭송한다. 그리고 수세식 화장실이야말로 이 생태적 고리를 끊어놓은 생태적 재앙이라고 평가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옛날에는 이 뒷간이 인간의 배설 장소였을 뿐 아니라 농사에 꼭 필요한 거름을 만드는 생산 장소였기 때문이다. 똥오줌을 재와 섞어 천연퇴비로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똥오줌 하나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책에서는 음식 -> 똥 -> 거름-> 음식이라는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순환법칙이 적용되었던 곳이 뒷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시화가 되면서 뒷간은 화장실로 바뀌었고 분뇨는 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 생태 순환은 끝이 났다. 또한 더 많은 생산성을 위해 농촌에서도 화학 비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토양 오염 및 수질 오염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귀농을 해서 생태 화장실을 마련해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생태순환의 단절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음식과 똥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수세식 화장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뒷간 문화의 우수성을 피력한다. 또한 현대 문명의 부산물들은 대부분 자연으로부터 일탈되는 구조 속에 놓이면서 지구 생태계가 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로부터 환경문제와 생태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생태적인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방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뒷간의 모습도 보여주고, 새로 뒷간 문화를 살려서 퇴비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도 알려준다. 아무튼 뒷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글이다.
특히 그의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 자란 양분이 하늘과 땅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공간이 뒷간이며 그 매체가 똥이다’라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퇴비가 절대적인 생산 요소였던 농업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예전의 생태적인 뒷간 문화로 회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뒷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점에서는 이런 것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농촌에서 여러 가지 생태체험을 하는데 이런 뒷간 체험 행사도 있으면 괜찮으리라. 그리고 퇴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곳도 만들어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굉장히 현명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