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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동네를 찾아 주세요 ㅣ 세상을 넓게 보는 그림책
양진희 옮김, 세브린 앗수 그림, 로라 자페 글 / 함께자람(교학사) / 2009년 9월
평점 :
아프리카 흑인들이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곳곳에 노예로 끌려가 혹독한 고생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또한 이 책은 도시화 또는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마을을 파괴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낙원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평화롭게 살았다. 세상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이가 제일 많은 조르주 할아버지였다. 이 마을에는 텔레비전도 없어서 악기 소리에 맞춰 춤추고 노는 것이 일상생활이었으며 잠자리도 딱히 고정돼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7월 어느 날 그 마을에 넥타이를 맨 이상한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마을에 불행이 찾아온다. 눈은 세 개나 되었고 코는 두 개나 달린 이상한 사람들이 지구 저 편 바다 건너에서 왔는데 땅장사들이라고 했다. 이들이 오고 나서부터 마을은 사람과 쓰레기가 넘쳐 나는 곳으로 바뀐다.
이 이야기가 더욱 더 아프리카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검정색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긴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질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곳에 살던 사람들을 검은 피부로 그리기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흘끔거리기 위해 눈이 하나 더 있고 냄새를 더 잘 맡기 위해 코가 하나 더 달린, 그래서 눈이 세 개나 되고 코가 두 개나 되는 초록 사람들은 탐욕스런 오늘날의 지구인을 은유한 것일 게다. 땅 장사라는 표현도 식민지 건설에 혈안이 되었던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케 했다. 아무튼 우리 인류의 역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세상을 이루게 된 것이다.
우리가 과거를 아름답다고 추억하는 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 세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다만 더 이상 예전의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 노인도 공경하고 지나치게 물질문명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말이다.
짧은 글이지만 내용에 깊이가 있는 그림책이다. ‘세상을 넓게 보는 그림책’이라는 시리즈명이 달려 있는 만큼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