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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골 미륵이 ㅣ 사계절 아동문고 50
김정희 지음, 이선주 그림 / 사계절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일제 강점기 말에서 해방을 거쳐 미군정 치하에 있을 때까지 야시골에 살던 미륵이의 가족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빨치산이 되고 또 일부는 경찰이 되어 서로를 죽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우리 민족에게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여우가 많이 출현하고 깊은 산 속에 여우굴이 있다고 해서 야시골(야시는 여우의 경상의 방언)이라는 불리는 산골 마을에서 미륵이 가족은 감나무 집 할아버지의 산을 지키는 산지기로 산다. 이곳에서는 산지기를 갓지기라 부르면서 천시한다.
미륵이라는 이름은 미륵불처럼 되라는 바람에서 할아버지가 붙여주신 이름인데, 미륵이는 제 이름보다는 ‘갓지기’라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마을에 살던 영대만이 미륵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구로 대해준다.
야시골의 깊은 산 속에 있는 야시굴에는 일제의 징용을 피해서 마을 청년들이 숨어 살았다. 그런데 이들은 해방이 되고나자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한데 어울려 다녔다. 이들이 바로 우리 역사에서 ‘빨갱이’ 또는 ‘폭도’로 낙인찍힌 빨치산 1세대다. 미륵이 아버지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 감나무 집 할아버지의 아들도 그랬다.
그런데 이들은 해방이 되자 미국에 빌붙어서 권력을 잡으려던 사람들에게 탄압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일본에게서 해방만 되면 자유롭게 잘 살 줄 알았는데, 해방이 되자 이제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주인 행세를 하려 했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빨치산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산속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산속 사람인 미륵이 아버지는 간혹 집에 와서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미륵이에게 가족들을 당부하고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부탁한다. 미륵이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평등 세상을 꿈꾸지만, 미륵이는 가족은 산속 사람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끌려가서 매질을 당하고 나중에는 집까지 불 태워진다. 그 사이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막내 동생이 죽는 일도 일어난다. 아버지 역시도 토벌대에 의해 산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당한다. 한편 삼촌이 경찰이었던 영대 네는 영대 네 대로 산속 사람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삼촌마저 목숨을 잃게 된다.
이런 싸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산속 사람이나 토벌대 모두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들에게 아픔만 남겨주었을 뿐이다. 미륵이 가족의 삶을 보자. 도무지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삶을 산다. 야시굴에서 짐승처럼 살기도 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후에도 빨치산 가족들은 굉장히 고통스런 세월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도 종교 때문에 그리고 사상 때문에 전쟁을 하는 것을 보면 과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람을 위해 존재할진대 지금의 상황은 그것들이 우리는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본말이 전도된 이런 상황들을 빨리 인식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