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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요괴의 점심 식사
아나이스 보즐라드 지음, 김예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표지부터 무시무시하다. 금발의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요괴는 한 여름의 무더위를 몰아내는 데 제격인 드라큘라는 연상시킨다. 드라큘라처럼 송곳니 두 개로 입술 사이로 삐죽이 나와 있다. 게다가 식탁 뒤 벽에 걸린 도끼랑 칼, 포크도 공포를 자아내고 끈이 달린 빈 우리도 그렇다. 양손에 칼과 포크를 들고 있는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요괴의 포즈는 무섭다. 그래서 더운 여름 밤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책 속 설명을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요괴는 ‘오그르(ogre)’라는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괴물 요정족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만화 주인공 슈렉도 바로 이 요괴족이다. 세상에 별별 괴물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오그라라는 명칭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야기는 여자 요괴는 이 꼬마 요괴가 엄마 아빠가 죽은 뒤 커다란 성에서 혼자 사는데 수요일마다 어린애 사냥을 나가서 어린애를 잡아다가 일요일 점심 때마다 어린애를 하나씩 잡아먹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사내애가 꼬마요괴를 보더니 스스로 우리가 들어가 앉는다. 그러더니 그 아이는 식인요괴에 관한 책을 읽었다며 꼬마요괴에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이 아이를 요괴는 쉽사리 잡아먹지 못한다. 이후 꼬마요괴는 그 아이를 잡아먹지 않을 수 없지만 떠나보낸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여러 명 둔다.
꼬마요괴와 그 먹이로 만난 사내애가 결혼하게 된다는 다소 황당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엔 둔갑한 여우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있고 일본 전래동화엔 두루미 아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괴물과 결혼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뱀파이어와의 사랑 얘기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결실을 맺었다. 이런 것이 사랑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