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사계절 아동문고 46
김정희 지음, 우종택 그림 / 사계절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노근리 그 해 여름’과 ‘야시골 미륵이’라는 작품을 통해 김정희 작가를 알게 되었다. 두 편 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노근리 그 해 여름’은 6.25 전쟁 중인 1950년 7월에 있었던 충북 영동 노근리 철교 밑 쌍굴다리에서의 미군의 우리나라 피난민 학살 사건을 다룬 것이다. ‘야시골 미륵이’는 해방 후 미군정 치하에서 이념에 따라 빨치산과 경찰로 나뉘어 서로 쫓고 죽여야 했던 끔찍했던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두 편 다 우리나라가 불과 60~70년 전에 겪었던 뼈저린 역사이며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다. 그런데 그런 역사들이 세월의 풍화작용에 의해, 또는 우리의 망각에 의해 자꾸 잊히고 있다.

  나는 요즘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 오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나라에 어떤 대형 사건들이 있었는지 그 명칭을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세월 속에서 힘없는 백성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역사의식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제 집중적으로 역사동화를 읽기로 작정했다(아이들과도 같이 보기 위해). 그 일환으로 읽게 된 것이 앞서 말한 두 작품이었고, 이 두 작품을 통해 김정희 작가를 알게 되어 이 책 ‘국화’도 보게 되었다.

  ‘국화’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열한 살 국화는 아버지가 징용에 끌려간 뒤 그 충격으로 병약한 엄마마저 돌아가시자 외갓집에 맡겨진다. 외삼촌도 없는 살림에 시어머니와 오남매를 데리고 가난한 살림을 이끌던 외숙모는 국화를 산골짜기에 있는 기와집에 수양딸로 보낸다.

  그 집은 국화 외갓집보다는 살림살이가 굉장히 나은 집이었지만 그 집에서 국화를 기다린 것은 수양딸의 역할보다는 부엌데기의 일이었다. 게다가 그 집에는 깐깐한 할머니와 병약해 보이며 말이 없는 양어머니가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국화는 어서 일본에서 아버지가 돌아와 자기를 데려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해방이 됐어도 그 집의 양아버지에게서도, 또한 국화 아버지에게서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 게다가 몇 달이 지난 뒤 양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들린다. 그 후 할머니는 그동안 붙잡아놓고 꼼짝달싹 못하게 했던 며느리를 친정으로 몰래 돌려보낸다. 그리고는 반신불수가 되어 국화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글은 해방이 되었다고 모두 다 좋아하는데 바우가 시큰둥하게 말하는 장면이다. 그에 이어 ‘해방이 되어도 국화는 여전히 기와집 부엌데기일 테고, 바우는 꼴머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잇따른다. 또한 일본경찰에게 끌려가 매를 맞아 몸이 불편해지고 정신을 놓게 된 칠구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서 칠구 엄마가 “왜놈들이 쫓겨 간다고 우리 칠구가 멀쩡해지나?”라며 한탄하는 대사가 나온다.

  해방의 감격만 생각했을 뿐이지 그 감격 뒤에 이렇게 아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은 잊고 살았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이 나라를 잃은 설움이 아니었겠는가?

  월드컵 시즌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애국심이 드러나는 때이다. 이런 이벤트적인 스포츠에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애국심을 느껴지게 하는 성숙한 국민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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