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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모험 ㅣ 눈높이 클래식 28
홍재웅 옮김, 보리스 디오도로프 그림, 셀마 라게를뢰프 / 대교출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닐스의 모험’을 텔레비전 만화로 봤던 게 생각난다. 그 때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꼬마 요정이 되어 하얀 거위를 타고 여행을 하는 닐스를 아주 흥미롭게 봤었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닐스의 모험’에 대한 지식의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닐스의 모험’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그 후로는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명작을 짧은 이야기로 축약해 놓고 만화 같은 그림을 덧붙인 그림책을 읽히는 것을 독서 전문가들은 경계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에 백번 공감했다.
‘닐스의 모험’이라고 해서 내가 만화로 본 대로 닐스가 작은 요정이 되어 기러기들과 여행하는 모험을 담은 환상적인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이 속에 물론 동물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일삼는 말썽꾸러기 닐스를 혼내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을 갖자는 교훈을 주기 위함도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것이 20세기 초의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면서 현대 문명을 깊이 고찰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선구적인 생태 소설의 역할까지 하는 것인 줄은 원전에 충실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원작은 모두 2권이었으며,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는 어린이들에게 스웨덴의 자연과 풍속 등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북유럽 아동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닐스와 기러기들이 스웨덴의 남단 스코네에서 시작해 북단 라플란드까지 갔다가 다시 스코네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의 자연과 도시 풍경, 동물과 식물의 세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정, 신의, 사랑, 자연에 대한 존중 같은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알려준다. 우리가 북유럽 작품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역시 대장이다!’고 할 만큼 멋진 대장기러기 악카, 용감하고 의리 있는 수컷 거위 모텐,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독수리 고르고 등 멋진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1906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이야기 구조나 등장 캐릭터들을 볼 때 100년이 넘는 시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됐고 재미있다. 이래서 명작이라고 하는 거겠지...
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명작은 역시 원전으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책 뒤의 작가와 작품, 이야기의 배경이 된 스웨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는 스웨덴을 ‘닐스의 나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