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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의 중심이다 - 조선의 과학 사상가 홍대용 이야기 ㅣ 고인돌 역사그림책
김향금 지음, 이지수.장효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홍대용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들을 거론할 때 꼭 포함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천문에 상당히 관심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천문학자가 아니라 ‘과학사상가’라는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왜 그의 전기와 다름없는 이야기에 ‘누구나 세상의 중심이다’와 같은 철학적인 제목이 붙었는지도 의문이었다.
홍대용은 대대로 관상감(천문, 기후, 지리에 관련된 일을 맡아 하던 관청) 벼슬을 지낸 집안 분위기와 또 그가 다녔던 석실 서원의 학문 풍토 덕분에 천문과 지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천문에 대해 보다 상세히 관찰하고자 나경적이라는 과학자와 힘을 모아 ‘혼천의’를 개발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홍대용은 청나라에 다녀올 기회를 얻게 되고 그곳에서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선교사를 만나 놀라운 서양 천문학 지식들을 습득하게 된다. 귀국한 뒤에는 서양 천문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관찰을 통해 지구가 둥글며 스스로 자전한다는 지구자전설을 자신의 저서인 <의산문답>에서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홍대용은 지구가 둥글어서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을 중심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상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중심은 바로 자기가 서 있는 곳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당시 조선 선비들은 소중화 사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런 주장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그는 과학적인 관찰을 토대로 사고의 합리적인 전환도 제기했다. 그래서 그를 단지 천문학자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 사상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또, <의산문답>에는 ‘큰 의심이 없는 자는 깨달음이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의문이 나는 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끈기와 집념을 보여주는 이 말은 우리가 가져야 할 학문하는 태도 또한 살아가야 하는 태도를 집약한 말이라 하겠다. 나나 아이들이나 별 의심없이 당연하다고 치부하면서 지나쳐 버린 일들이 허다한데, 앞으로는 이 말을 귀감삼아 탐구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겠다.
과학 하면 으레 서양에 비해 동양이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고, 과학적인 사상 자체가 서양에서 비롯된 신사고처럼 느껴지는데, 이런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과학적인 관심이 지대했고 이를 바탕으로 두드러진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들의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이 생활의 편리함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도 가능하게 함을 홍대용의 생애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짧은 글이지만 홍대용이라는 사람과 그의 사상을 강렬하게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