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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ㅣ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평점 :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 철학책일 것이다. 어쩌면 많은 독서 훈련의 종착지가 철학책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런 소망이 있는데, 그게 철학책에서 기대하는 고차원적인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다. 철학책을 쓴 사람이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바와는 달리 나의 의도는, 그저 신문이나 여러 교육서에게 생각이 깊은 아이, 그래서 논술을 잘 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철학서를 많이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철학서에 대한 기대가 불순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 철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면 가난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철학 하면 배고픈 자의 학문이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잘 살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기서 잘 산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적인 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바르고 지혜롭게 사는 삶을 말한다. 그렇게 살려면 다르게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바로 그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에 대한 이런 정의를 시작으로 이 책은 데카르트, 스피노자, 소크라테스, 베르그손, 질 들뢰즈 등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쉽게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자와 이라크 포로수용소에서의 미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이야기하면서 생각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지적한다. 또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달리 해석한 미셀 트루니에의 ‘방드르디’를 소개하면서 생각의 차이에 의해 세상을 보는 것과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연구공동체인 ‘수유+너머’를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밥도 해먹고 공부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쉽고 재미있다. 철학서 하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전혀 갖지 않아도 된다.
최근 나는 앞서 말한 의도 때문에, 아이들에게 권하기 위해 아동용이나 청소년 철학서들을 몇 권 보았다. 그 책들을 보면서 철학서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히라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철학서들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던 많은 질문들과 그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한번쯤 의문을 가졌던 것도 있었고, 또 어떤 것은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자기 자신을 조금 깊이 살펴보고 세상을 두루두루 둘러보게 하는 물음들이 많았다.
그래서 철학책을 많이 보게 되면 저절로 자기 자신도 사랑하고 되고 남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넓게 보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바로 이런 생각을 꼬집어서 보다 쉽고 재미있는 말로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철학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 준다. 철학 공부의 입문서로 보면 아주 좋을 책이다.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