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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위인전 ㅣ 숨은 역사 찾기 2
고진숙 지음 / 한겨레아이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에서 나눔 문화가 정착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고. 그런데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도 형성되기 전에 과거에도 나눔을 실천했던 인물들이 존재했었다니, 오늘에 그 뜻을 필히 새겨봐야 할 것이다.
최근 텔레비전 사극에서 나눔을 실천했던 김만덕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조선 정조 때의 사람이었던 김만덕은 본래는 양민이었으나 가정형편상 제주 관기가 되었다가 다시 양민이 된다. 그 후에는 객주를 열어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을 가뭄에 허덕이는 제주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했다.
나도 우리 조상들 중에서 나눔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 하면 ‘김만덕’이 떠올랐는데 책을 보니 이밖에도 걸인들을 구제한 토정 이지함, 홍역 치료법을 기록한 <마진기방>을 저술한 이헌길, 진대법으로 가난한 고구려 백성을 구한 재상 을파소가 있었다. 또한 물질적인 도움은 아니었으나 실의에 빠진 고려인들에게 꿈을 심어준 관리 이승휴도 소개했다.
이승휴는 고려 말 충렬왕 때에 <제왕운기>를 지어 고려의 모든 백성이 하느님의 손자인 단군의 후손이므로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몽고와의 전쟁에 지치고 관리들에게 시달리는 고려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 그 중에서도 ‘몽골에게 짓밟힌 것은 조그만 땅덩어리일 뿐 우리 민족은 아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라’라는 글귀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가슴 뜨겁게 하는 글이 실린 <제왕운기>는 원나라에 볼모로 가서 생활하는 바람에 원나라 풍습에 빠져 살았던 공민왕을 고려인임을 자각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공민왕은 민족의 자주성을 되찾는 개혁정치를 펼쳤었다.
의원 이헌길은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 때의 의원으로서 당시에는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홍역의 치료법을 연구해서 <마진기방>을 저술한다. 치료법을 공개했지만 그는 부를 축적하지도, 벼슬을 얻지도 못했다. 당시 의사들에게 치료법은 돈벌이와 연결되는 기밀사항이었다. 그래서 과거의 의서 중에서 민간에서 저술된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돈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 없이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치료법을 공개함으로써 많은 이들을 홍역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숭고한 뜻을 본받아 정약용은 그의 책에 지식을 보태 <마과회통>이라는 의서를 저술했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오래 전부터 나눔을 몸소 실천한 아름다운 조상들이 있었다. 나눔이라는 문화가 우리는 서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도 이런 숭고한 나눔 정신은 있었다. 비록 그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훌륭한 조상들이 있었음을 알고 우리도 그 분들의 큰 뜻을 따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의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와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