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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 - 가부와 메이 이야기 하나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2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5월
평점 :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 키무라 유이치는 1995년에 일본 고단샤 출판 문화상 그림책 상과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성이 좋은 그림책이라는 증거다.
시리즈 전체적으로는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가 우연하게 만나서 우정을 쌓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되다니 과연 그게 가능할까? 늑대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염소고기라고 한다. 그러니 염소는 늑대를 가장 무서워 할 수밖에 없는데 둘이 친구가 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귐에서 시작은 공통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미워하거나 싸우는 과정을 통해 정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때에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데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늑대와 염소처럼.
가부와 메이가 말도 안 되는 만남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폭풍우 치는 밤 덕분이다. 둘 다 한 밤 중에 무섭게 치는 폭풍우가 두려워 오두막으로 피신했다가 만나게 된다. 무서움을 피해 서로 이야기를 섞게 되지만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서로의 신분을 드러내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하늘의 도움이 있어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다음 번 약속을 기약하고 헤어지게 된다.
염소 메이의 신분이 탄로날까봐 아슬아슬 했는데 그 위기를 잘 모면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번에 직접 만나게 되면 둘의 반응이 어떨까? 너무나 궁금하다.
가부가 처음부터 상대가 염소였다는 걸 알았더라면 분명 메이는 가부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이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런 것 같다. 처음부터 둘 다 비슷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얕잡아 보거나 깔보는 일이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런 것을 바로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 있겠지....그런 것 없는 순수한 만남이 되도록 해야겠다. 그렇다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겠는가? 가부와 메이처럼. 서로 천적이라고 할지라도.
그림도 좋다. 어두운 밤을 상징하기 위해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했다. 까만 칠을 한 바탕으로 송곳이나 뾰족한 것으로 긁어내서 밑에 칠한 색을 드러나게 한 기법이다. 아주 멋있다. 꼭 한 번 감상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