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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은하스위트
이명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나니 노란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생각난다.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팝송의 주인공이 된 그 나무 말이다. 이 노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가 변치 않는 기다림의 표시로 마을 입구에 있는 오크나무에 노란 리본을 주렁주렁 달아놓겠다고 했고 약속을 지켰다는 내용이다.
책의 주인공 황제와 그의 엄마가 아빠를 위해 여성 전용 고시텔에 그들과 아빠간의 사인인 ‘은하스위트’라는 나무 판넬을 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보니 불현듯 노란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생각났다. 이 나무의 뜻을 그녀와 약속을 했던 그 남자만 알 수 있듯이, 은하스위트의 의미도 황제의 아빠만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입 검정고시를 보러 가는 날 아침 황제는 아빠가 오늘 일만 잘 되면 2012년에 달나라에 지어질 호텔인 은하스위트로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다며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시험도 치기도 전에 일이 생긴다. 엄마의 호출로 집에 가니 도망을 가야 한단다.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고.
이후부터 모자는 여성 전용 고시텔의 관리인으로 지내게 된다. 여성 전용이기 때문에 여장을 하게 된 황제는 가난하고 외롭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곳 여성들의 생활을 보면서 삶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자가 위기에 처한 순간에 이곳 사람들의 베풀어 준 친절을 통해 타인의 사랑도 깨닫게 된다. 또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서 아빠의 눈물겨운 사랑도 알게 되고, 한눈에 반한 완벽녀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 성과 사랑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인터넷 조회 수 140만을 기록한 발칙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 수식어에 걸맞게 이야기가 톡톡 튀면서도 깔끔하다. 작가는 ‘자꾸 떠밀려 다니기만 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어디서든, 아주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그런 방 한 칸 마련해 주는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참 좋은 사명의식이다. 방 한 칸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많은 소시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바람대로 황제가 엄마와 함께 고시텔을 ‘은하스위트’라 여기며 안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우리는 언제든 더 나은 곳으로 떠날 꿈을 안고 산다. 하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되었든 간에 더 소중한 곳은 지금 있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은하스위트라고 생각하며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하루하루 현재를 즐겁게 산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미래도 분명 행복할 것이다. 그러면 분명 은하스위트에 가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