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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 곤충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
정미라 지음,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2월
평점 :
나는 ‘누에’하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나는 초등학교(당시는 이렇게 불렀다) 3학년 때까지는 여름방학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서 보냈었다. 외할머니가 누에를 키우셨는데, 지금이야 그것이 아련한 추억이지 그때는 그게 너무나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벌레를 아주 무서워한다. 특히 꼬물꼬물 꿈틀꿈틀 기어 다니는 애벌레는 더 그렇다.
지금 같아서는 누에가 신기해서라도 열심히 살펴봤을 텐데......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징그러운 것을 꾹 참고 누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그때는 그게 너무나 무서워서 누에 키우는 방에는 들어갈 엄두도 못 냈었다.
할머니가 뽕나무밭으로 뽕잎을 따러 가실 때 쫓아가기는 했지만 그것 외에는 누에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누에에서 아름다운 비단실을 뽑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이 어떤지를 알게 된 것은 훨씬 뒤였다. 그때는 할머니가 양잠을 그만두신 다음이고.
누에와 관련해서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던 소리다. 사각사각 잎사귀를 갈아먹는 소리가 아주 컸었다. 그래서 그때 누에가 더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에도 나왔지만 5령이 된 애벌레는 제법 크다. 누가 봐도 깜짝 놀랄 크기다. 그랬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이 책을 통해 누에가 자라서 실을 뽑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때의 이야기도 해주었더니 아이가 참 좋아한다. 아이는 서울 농업박물관에서 누에고치를 보기는 했다. 그래서 번데기도 알게 되었다. 이때 봐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번데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습게도 누에를 그렇게 무서워했던 나는 번데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 뒤에 보니 누에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가봐야겠다. 그 어떤 곤충보다도 우리에게 이로운 누에를 만나러가야겠다. 6월이면 입술과 혀에 진보랏빛 물을 들이는 오디도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