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그 뿌리와 동양학적 사유
강상규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천자문 꼭 외워보고 싶었다. 가끔 사극에서 꼬마 도령들이 서탁 앞에 앉아서 천자문 책을 펼쳐놓고 낭랑하게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멋있게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것을 외우고 뜻풀이까지 술술 하는 모습이란 감탄할 정도로 멋있게 보였다.

  그래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 볼 요량으로 일반 천자문 책 한 권을 구입했는데 한번 읽어보고는 제대로 공부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천자문은 결코 쉬운 한자 책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여러 고문에서 뽑아 놓은 명문장을 실어 놓은 것이고 굉장히 철학적이어서,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이 처음 공부하는 책이긴 하지만 일반인이 공부하겠다고 덥석 덤빌 만한 쉬운 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를 시킬 요량이라면 사자소학을 읽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의 머리말에도 그와 비슷한 뜻이 적혀 있다. ‘천자문은 천 년 이상을 뿌리내려온 우리네 사상의 근원이 배어 있는 동양학의 보고이자 웅숭깊은 동양철학의 핵심이 집적된 사유의 산물로서 쓰인 명문장’이라고 말이다. 한 마디로 중국 철학서라고 할 수 있겠다.

  철학적인 말들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 한데 전문가의 설명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은 철학서를 멀리 하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천자문도 굉장한 철학서이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그래도 만만해 보이는 책이기에 비교적 쉽게 손이 갈 것 같다.

  따라서 동양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책으로는 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가 굉장히 공을 들여서 많은 내용을 싣고 있으면서도 친절하게 각주도 잘 돼 있다. 그리고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도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4자씩 8자가 대구법 형식으로 된 천자문 문구의 한자 풀이는 물론이고, 의미 풀이를 위해서 중국의 사기와 사서오경을 비롯한 다수의 고전에 실린 글들을 인용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고문이나 시조 등을 인용하기도 했다. 책 뒤 참고자료 목록을 봐도 알겠지만 작가가 상당히 노력했음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천자문이 무겁게 느껴진다. 8자의 짧은 문장 속에 그처럼 심오한 뜻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니 아주 대단해 보인다. 작가가 천자문을 ‘동양철학의 핵심이 집적된’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공감하겠다. 아무튼 천자문의 깊은 의미도 새기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고문들을 접해볼 수 있으면 기회가 된 좋은 책이다. 왠지 지식이 쑥쑥 늘어나고 생각이 깊이가 깊어진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