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4월의 물고기>, 왠지 아름답게 생각되는 제목이다. 노래나 문학 작품 속에서 4월을 찬양한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황사가 심해지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4월이 점점 그런 달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4월은 꽃피는 봄날로 아름답게 생각된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4월의 물고기’는 프랑스에서 만우절에 어리숙한 사람을 골려주기 위해 그 사람의 등에 물고기 그림을 붙여 주고 놀릴 때 사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글에서는 주인공 서인이 사랑하게 되는 운명의 남자 선우의 삶 자체를 골리는 말인 것 같다. 꼭 그런 선택을 했어야만 했냐고 그를 조롱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요가원의 강사인 주인공 서인과 프리랜서 사진 기자인 선우는 운명적으로 만난다. 일찍이 남편과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몸이 된 서인의 할머니는 첫눈에 선우가 마음에 들어 상처가 많은 손녀의 짝으로 맺어 주려 애쓴다. 하지만 할머니의 이런 노력이 없더라도 이 둘은 처음에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미 지울 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을 했었고 결국은 다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야기는 이 둘의 두 번째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추듯이 이들의 과거를 한 조각씩 한 조각씩 보여준다. 게다가 선우 주변의 여자들이 살해되는 사건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애정 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 소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선우가 감추고 있는 비밀과 서인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빠져 들어서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글에서처럼 사랑이 이렇게 무섭고 위험천만 한다면 다시는 사랑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서인이 때로는 고통스러웠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자신의 사랑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을 아직은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랑하던 여동생에게 닥친 일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악마인 미카엘을 키웠던 선우는 너무나 가엾다. 이런 동정도 사랑에 속하려나......

  과연 누가 진짜 피해자이고 누가 이런 악의 씨를 만든 원인 제공자일까를 따져 보니 결국 은 못된 어른들 탓이었다. 얼마 전에 들은 한 강의에서는 선과 악의 개념이 어려서부터 확실히 뇌뢰에 박힌 사람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질 염려가 없다고 한다. 선의 개념이 확고하지 못한 어른들 탓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