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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휘 바이러스 ㅣ 힘찬문고 36
최나미 지음, 홍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독특하다. 바이러스....‘진휘 바이러스’는 어떤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일까? 아마 좋지는 않은 것이리라. 그래서 바이러스라고 안 좋게 표현했을 것이다. 그게 좋은 것이었다면 아마 ‘진휘 효과’나 ‘진휘 열풍’ 정도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진휘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아이이다.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염색한 외모나 선생님에게 꼬박꼬박 말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불량학생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1반과의 달리기 경주 후 화장실 낙서 때문에 벌어진 사건에서 선생님에게 대답하는 말을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합리적이다.
또 그 아이가 자기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학원에도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연주를 보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진휘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깨달으면서 연주가 엄마에게 반항하는 일이 많아지자 연주 엄마는 연주가 진휘라는 아이와 어울리면서 못 돼 가고 있다면서 반 엄마들을 선동해 진휘를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른 이들에게 이런 진휘가 과연 바이러스였을까? 아니면 한창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시기에 공부에 눌려 자기마저도 잊고 사는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촉매제였을까?
이 책은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틈도 안 주고 학업에만 밀어붙이면 어른들이 보면서 반성해야 할 동화인 것 같다.
이 책에는 <진휘 바이러스> 말고 두 편의 이야기가 더 있다. <턱수염>과 <청소함 옆자리>다. <턱수염>은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집에 있게 되자 집안 형편도 더욱 어려워졌는데 아버지는 술까지 입에 대고 집안이 소란스러워진다. 이 바람에 단란했던 가족의 분위기는 깨어지고 고작 세 식구의 관계가 아슬아슬해지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급우를 때린 일 때문에 벌어진 소동 끝에 오히려 부자간의 어긋났던 관계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청소함 옆자리>는 왕따에 관한 이야기다. 큰 키와 성격상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못하는 것 때문에 혼자 앉는 청소함 옆자리를 고집하는 인희 이야기다. 늘 혼자였던 인희에게 왕따 문제로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수아가 접근한다. 인희는 처음엔 수아가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수아에게 마음을 열고 다른 친구들과도 사귀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인희에게 복수하고 싶어 한 혜준의 역할이 컸음을 알고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수아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삶에 대해,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초등학교 6학년생이 주인공이다. 전에 한 강좌에서 들어보니 작가 최나미는 ‘13’세에 특별한 의미를 붙여 했다고 한다. 13세는 아이를 마감하는 때이고 청소년을 준비하는 때이다. 그런 만큼 새로운 삶을 시작할 발판으로서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13세에 자기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만드는 이런 글들을 발표한 것 같다.
그런데 13세를 이미 넘긴 내 아이는 이 아이들만큼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엄마의 탓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책을 통해 좀 더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