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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비교적 힘들게 읽은 책이다. 이야기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다루고 있는 주제가 상당히 무거워서 심적 부담이 컸었다. 혹시 ‘뇌 헤르니아’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뇌 헤르니아(hernia)는 두개골 결손으로 뇌의 내용물이 빠져 버린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버드의 첫아기가 이런 증상을 갖고 태어난다.
버드는 아프리카 여행의 꿈을 간직한 스물일곱 살의 남자다. 버드라는 별명에서도 드러나겠지만 그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결혼을 했고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중이다. 아기가 태어날 것을 기다리는 초조한 중에도 서점에서 아프리카 지도를 뒤적일 정도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끔찍한 소식이 전달된다. 태어난 아기가 뇌 헤르니라고 한다. 수술이 잘 된다 해도 식물인간으로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 아내는 아기가 태어나면 남편이 가정적인 남자로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아내에게는 이런 아기가 태어났음을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아기를 수술하려고 큰 병원에 옮기지만 버드는 아기가 쇠약사하기를 바란다. 먹지 않거나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그냥 죽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을 의사에게 비치고 아기가 죽을 때만을 기다린다. 아기만 태어나면 멀리 떠나겠다는 꿈을 가진 그에게 아기는 크나큰 구속이다. 버드는 행동의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절망하고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려 술과 예전의 여자 친구였던 히미코에게 집착한다. 히미코는 버드의 대학 때 친구인데, 남편의 자살을 목격한 뒤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그녀가 버드를 만나면서 조금씩 생의 활기를 찾고, 버드에게 함께 아프리카로 가서 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기는 버드의 바람대로 쉽게 죽지 않는다. 버드는 결국 아기를 병원에서 데려다가 히미코가 알고 있는 의사에게 부탁해 죽게 하려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그 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보시라.
이야기를 읽는 초반에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얼마 전에 읽은 청소년 소설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룬 글이 있었다. 중증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역시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그 아들의 생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을 보고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그 글의 작가도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같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아버지였다. 그래서 혹시 이 작가도? 역시 오에 겐자부로의 장남이 뇌에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개인적인 체험>은 바로 아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선 오에 자신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수행한 작업으로 보인다는 평이다. 또한 인간이 자신과의 절망적인 싸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 후 오에는 장애를 지닌 아들과 함께 하는 삶을 작품의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이 작품 외에도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 등 지적 장애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한 작품들을 여럿 집필한다. 199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첫 아기를 맞이한다는 큰 기쁨과 설렘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절망으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도 하기 싫은 문제다. 꿈이었으면......아니 꿈에서도 결코 대면하고 싶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그것을 극복한 한 인간과 일본의 대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알려준 책이었다. 오에 간자부로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