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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여우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이사미 이쿠요 글.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5월
평점 :
아무리 잔인한 동물이라도 어떤 동물들의 새끼가 됐건 간에 어린 생명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 속의 여우처럼 제 새끼가 아니어도 돌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인간들은 너무나 자기핏줄만을 따지느냐고 훈계하는 이야기 같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더 큰 문제가 되리라 예상되는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놓고 볼 때 이제는 이런 혈연주의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을 보고 나니 더하다.
여우는 우연히 새알을 얻게 된다. 바로 먹을까도 했지만 알을 품어서 새가 되거든 잡아먹으려고 마음을 바꾼다. 나뭇잎으로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는다. 그동안에 오소리와 족제비의 방해도 있었지만 무사히 알에서 새끼를 까게 한다. 그 아기 새를 잡아먹으려고 했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아빠 아빠하고 따르니 도저히 잡아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난처해진 여우는 아기 새를 버리고 도망가지만 아기 새의 슬픈 울음소리에 되돌아가서 함께 살게 된다.
그림이 발고 예쁘다.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동물이지만 여우의 모습을 아주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결말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빛깔의 털색하며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알을 품고 있는 여우의 모습은 처음 알을 발견했을 때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다. 알을 품으면서 행복해 하는 어미새의 모습과 같다.
물론 꾸며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종이 다른 동물들도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데, 만물의 영장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해서는 되느냐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사랑만 있다면 누구와도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