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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언덕의 소녀 ㅣ 레인보우 북클럽 11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른손 지음, 고우리 옮김, 어수현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말도 쉽게 하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빨리 안다. 유아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며 사랑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갖다 붙인다. 물론 그들이 아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무척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내 아이가 뭐냐고 물을까 솔직히 겁이 난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이 책도 사랑의 정의를 찾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와는 생활 풍습이 다른 북유럽의 농촌 이야기다. 국토는 넓고 겨울은 긴 그 나라의 자연환경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골 마을이다. 일요일에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그다지 왕래가 잦지 않은 시골 마을이다. 그곳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해맞이 언덕 솔바켄이 있고, 거기에서는 순수한 소녀 신뇌베가 살고 있다. 주말이면 아랫마을 교회에 오는 신베는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소녀이다.
솔바켄 맞은편 전나무 숲에는 토르비욘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고, 이 소년 역시 신뇌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신뇌베도 그의 관심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호감이 사랑으로 성숙하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 세문트의 엄격한 교육 속에서 자란 토르비욘이 경건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신뇌베는 서로의 마음 표현에 익숙지 않다.
거기다 토르비욘은 자주 싸움에 휘말려, 마을에서도, 신뇌베의 부모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뇌베의 부모는 신뇌베에게 좋은 신랑감을 소개해 주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토르비욘은 싸움을 하다 크게 다쳐서 정상적인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하느님의 보살핌과 토르비욘의 아버지 세문트의 결단으로 이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이 둘의 사랑을 볼 때 사랑은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며, 결코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님도 알 수 있다. 신뇌베와 토르비욘의 경우에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사랑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화합이다. 이런 것을 진부하고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니 다소 뜻밖이다. 시대와 따라 사랑과 결혼관도 많이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도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북유럽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책 뒤에 작품과 작가 설명이 실려 있는데 유용하다. 작가인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르손은 북유럽의 서정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1903년 시인으로서 노벨 문학상 수상했다. 그의 시는 리듬과 운율이 넘쳐 작곡가들에 의해 노래가 되고 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국가 <예,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 (JA, vi elsker dette Landet)>도 비요른손의 시를 내용으로 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낯선 작가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