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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의 가을나무 ㅣ 페르디의 사계절 그림책
줄리아 로린슨 글, 티파니 비키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느림보 / 2008년 9월
평점 :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이렇게 안타까워할 수 있을까? 오 헨리의 단편집에 나오는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서 하루해가 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노년도 아니면서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을 이렇게나 안타까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식물의 성장 원리를 영 모르는 사람이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꼬마여우 페르디가 그렇다. 이유는 후자일 것이다. 페르드는 갈색으로 나뭇잎이 변하는 것도 안타깝고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이 떨어지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나뭇잎을 끈에 묶어 나뭇가지에 매달기도 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다시 나무에 붙이려고도 한다. 나뭇잎을 떨궈내는 바람이랑 바스락거려 나뭇잎을 떨어뜨리거나 다람쥐나 나뭇잎을 뒤적거리는 고슴도치에게 나뭇잎을 가져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하나 남은 마지막 나뭇잎을 붙잡고서 나무에 달려고 하지만 허사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페르디는 은빛 나무를 보고 깜짝 놀란다. 밤새 고드름이 달린 나뭇가지가 은빛으로 빛난다. 반짝이풀이 섞인 희고 푸른빛의 나뭇가지 그림이 너무나 아름답다. 마치 페르디의 아름다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나무는 눈부신 모습을 보여준다. 잎이 없다고 해서 나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 이래서 겨울은 겨울 나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아름다운가 보다.
마지막 장을 제외한 그림에서는 가을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감이 환상적이다. 어느 계절도 보아도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책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답듯이 무엇에게든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나무도 가을, 겨울의 쓸쓸함을 겪어야 다음해 봄 여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야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도 좋겠지만, 그저 아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 생각해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