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손 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라는 제목이 독일 속담이라고 한다. 지붕 위의 비둘기가아무리 좋아보여도 손 안의 참새만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표현은 달라도 비슷한 뜻의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손 안의 참새가 소중하니 지붕 위의 비둘기를 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책 뒤의 작품 설명에도 나와 있지만 손 안의 참새에만 만족하라는 것은 일종의 체념이다. 체념은 더 이상 가능성을 보지 못할 경우에 생겨나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도 아픔이 따른다. 따라서 이 책은 한 아이가 세상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때 겪게 되는 아픔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 로테 프리호다는 열 살 소녀로 공동주택에 산다. 화장실도 한 집에 하나씩 있는 것이 아니라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두 집이 함께 쓴다. 작은 집이라 자기 방이 따로 있지도 않다, 손님이 오면 로테는 자신이 침대로 쓰고 있는 소파를 내주어야 한다. 자기 공간이라고는 없는 로테에게 어느 날 혼자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생긴다. 로테는 이 공간을 자기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다. 책도 갖다 놓고 인형도 갖다 놓는다.

  여기서 로테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답답한 현실은 넘어서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제까지 본 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멋진 소년 슈를리를 보게 된다. 로테에게는 그동안 문디라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슈를리를 보게 되자 그동안 잘 지냈던 문디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그런데 로테가 슈를리와 조금 친하게 될 즈음에 슈를리는 떠나 버린다. 

  책을 읽고 나니 황순원의 <소나기>도 생각났다. 로테는 슈를리와 함께 학교도 빼먹고 웅덩이에 수영도 하러 가면서 잠시 동안이지만 평범했던 일상과 다른 생활을 보낸다. 아마 작은 화장실에서 로테가 꿈꾸웠던 것들이 그런 것들이었을 것 같다. 지금의 답답한 자신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같은 거 말이다. 열 살짜리의 삶이 뭐 그리 답답해서 그런 꿈을 꾸겠느냐 싶겠지만, 그들만의 고민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로테는 지붕 위의 비둘기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손 안의 참새를 놓아야 하고, 지붕 위의 비둘기는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다는 지혜를 배우게 되고, 그만큼 성숙하게 된다. 그 둘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손 안의 참새가 소중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으려면 아무래도 지붕 위의 비둘기를 탐해 보는 모험을 해봐야 하리라.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아픔을 겪어야겠지만. 이런 진리를 우리 아이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인생에서 몸소 체득한 지혜만큼 사람을 성숙케 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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