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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생인 딸에게 공부 비법을 알려주고 싶어 보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공부 비법에 대해 안내해주는 책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공신이라고 해서 놀라운 성적으로 우수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경험담을 적어 놓은 것도 많고 입시 전문 학원의 강사들이 다년간의 교수 기간 동안에 체득한 공부 비결을 적어 놓은 것도 있고 교육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바른 공부법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시대적인 요구에 맞게 만들어진 공부 비법서가 잔뜩 있다.
그렇기에 제목이 왠지 구시대적인 것은 아닐까 하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린 책은 아닐까 하는 편견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읽어보시라. 아주 재미있고 유용하다. 좋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공부 비법을 안내해주는 내용도 유용하지만 그 풀어가는 과정이며 문장이 재미있다.
퇴계 이황은 공부벌레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도 자신을 미욱하다고 표현해 놓았는데, 그 표현처럼 아주 영특한 분은 아니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노력형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공부에서는 ‘내로라’하는 분이라서 이 분의 공부 비법을 안내해 준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퇴계 선생이 청량산에 차려 놓은 산방인 오가산당에 가서 배움에 목말라 있던 세 사람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대장장이, 동네의원의 딸과 퇴계 선생을 모시는 머슴인 돌석이 그 대상이 되는데, 퇴계 선생은 이들에게 전해 주는 조언의 요지를 정리해 보라고 돌석에게 지시한다. 그렇게 해서 돌석이 정리해 놓은 요지들이 퇴계 선생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핵심 공부 비법이다.
단원명도 매우 시적이다. ‘배움의 싹이 돋아나다’, ‘공부의 잎이 무성해지다’. ‘열매로 주위를 이롭게 하다’. ‘씨앗이 되어 돌아가다’라고 표현해 놓았다. 너무나 멋지다. 단원명만으로도 공부의 과정과 목적이 어떠해야 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공부하다 벽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위한 글, 일반적인 공부 자세와 공부의 핵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각 이야기마다 퇴계 선생이 읽었던 중국 고전에 대한 인용이 나오기 때문에 과거 우리의 선비들이 어떤 책으로 어떤 공부를 했었는지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며 퇴계 선생의 생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함형 진사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부부간의 도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요즈음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찾는 족집게식의 성적 향상용 공부 비결서는 아니지만,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며 공부 방법면에서는 그런 책들보다 훨씬 더 정제되고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주일무적, 정제엄숙, 상성성법, 기심수렴 불용일물 그 방법으로 제시하는데 새겨두어야겠다. 한마디로 깊은 맛이 우러나는 품위 있는 공부 비법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