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너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61
에른스트 얀들 지음, 노르만 융에 그림, 박상순 옮김 / 비룡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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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니 고장 난 장난감들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림과 제목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장난감 수리실 대기소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이런 짐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다 보고 나서다. 나 그렇게 표지를 샅샅이 보는 성격이 아니라서 무턱대고 본문부터 읽었다. 제목만 보고서.....표지의 그림은 자세히 안 보고 제목만 본다는 건 얼마나 무신경하다는 말인가? 하여튼 그런 내 성격 때문에 더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도 ‘다음엔 너야’하는 제목에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기대하고 보았다. 입을 막고 놀란 눈을 뜨고 있는 곰의 표정을 보라. 뭔가 두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 하지 않은가? 그런데 내용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래서 실망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장난감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남은 개수를 말하는 글을 보면서 유아들을 위한 수학 동화라고 짐작했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저자의 약력을 보고 또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니 그저 수학동화라고 딱히 한정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인 에른스트 얀들은 시인이라고 한다. 그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났고(1925~2000년), 비엔나 대학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트라클 문학상, 비엔나 문학상 등 이름도 생소한 유럽의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는 시를 지으면서 매우 절제된 단순한 문장을 마치 아이들의 말놀이처럼 반복하는 작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 반복을 통해 전체 구도를 예술적으로 완성한다. 간결하고 파격적인 문장에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가 결합된 매우 전위적인 시를 토해 현대문학의 가장 중요한 시인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읽고 다시 글을 보니 글이 시처럼 보이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깊은 뜻은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그림은 아주 재미있다. 저마다 다친 곳이 있는 장난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성한 모습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기다리는 장난감들의 표정 변화도 재미있고, 그에 대한 기대감은 전등도 마찬가지인 듯 장난감이 들락날락 할 때마다 전구의 방향도 바뀐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이자 독일 룩스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믿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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