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할머니
우리 오를레브 글, 오라 에이탄 그림, 이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엄마가 떠 주셨던 스웨터, 목도리, 장갑 등이 생각난다. 예전엔 겨울엔 꼭 엄마가 떠주신 물건 하나 정도는 몸에 걸치고 다녔는데.....해마다 옷의 모양은 바뀌었어도 실은 그 실이었는데..... 뜨개질의 좋은 점은 언제든지 풀고 다시 뜰 수 있다는 점. 한 올 한 올 올 사이에 사랑이 듬뿍 담겨서 그런지 요즈음 사 입는 털옷과는 비교도 안 되게 따뜻했는데.......다시는 그런 옷을 입을 수 없게 돼서 안타깝다.

  요새도 뜨개질로 예쁜 옷이나 손가방을 뜨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도 그들처럼 손재주가 있었더라면, 내 어머니가 내게 주신 사랑과 행복감을 내 아이에게도 전해줄 수 있으련만...... 안타깝다. 내게는 그런 재주가 없다. 만약 내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아이들에게 예쁜 스웨터를 떠 주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뜨개질을 아주 잘 하는 솜씨 좋은 할머니가 등장한다. 이 할머니는 솜씨가 좋은 정도가 아니라 뜨개질로 마술을 부리는 할머니다. 뜨개질로 꽃, 나무, 온갖 세간, 집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떠낸다. 꼭 피노키오를 만들었던 제페토 할아버지 같다.

  할머니는 뜨개질로 뜬 두 아이에게 생명을 주고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지만 아무 데서도 이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화가 난 할머니는 동사무소와 정부에 가서 따지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 소동을 겪고 나자 할머니가 뜬 집과 아이들의 소문이 퍼지고 그 소문을 듣고 관광객이 몰려오자 마을 유지들은 할머니가 뜬 집을 마을에 유치하려고 애쓰지만 화가 난 할머니는 털실을 모두 풀러 어디론가 사라진다.

   뜨개질로 탄생한 인간과 사물들이라니 무척 신비롭다. 하지만 사람들의 몰인정으로 결국 그 아이들이 다시 생명이 없는 털실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안타깝다. 그리고 할머니의 뜨개질 순서를 보면 체계적이다. 집안 살림에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뜨면서 집을 뜨고 그 다음에 아이들을 떠낸다. 생김새야 어떻든 조건 없이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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