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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텔레비전 드라마로 봤던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이다. 지금 드라마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서 책 내용을 보고서 조금씩 생각해 내야 했지만, 주인공 삐삐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빨간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았는데 그 갈래가 거의 하늘로 뻗쳐 있었고 얼굴엔 주근깨가 가득했고 큰 입에 대문니가 특징이었다.
책에도 삐삐에 대한 얼굴 묘사가 나오는데 드라마의 주인공과 똑같다. 어떻게 책 속의 인물과 똑같은 아이를 캐스팅했는지 신기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삐삐 역을 아주 잘 했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그 아이가 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아이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것처럼. 아쉽다. 요즈음 아이들은 드라마와 비교해 볼 수 없어서. 어렸을 때 아주 재미있게 드라마를 봤었는데.......
삐삐는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아이다. 그러나 삐삐는 현실 속의 아이는 아니다. 부모를 모두 잃고서 아빠가 마련해 둔 뒤죽박죽 별장이라는 곳에서 말과 닐슨 씨라는 이름의 작은 원숭이를 데리고 혼자 사는 9살 소녀다. 생각해 봐라. 9살 소녀가 동물들만 데리고 혼자 살 수 있겠나. 게다가 삐삐는 괴력의 소녀다. 서커스단의 천하장사를 가볍게 넘어뜨릴 뿐 아니라 암소나 말도 번쩍 든다.
그리고 학교 근처에는 다녀보지도 못했다.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 배의 선장이셨는데 아빠 배에 탄 선원으로부터 글자를 조금 배웠을 뿐이다. 그래서 옆집에 사는 토미와 아니카 남매에게 자신의 생일 초대장을 보낼 때에도 서툰 글씨였다. 이렇듯 글자도 잘 모르고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지만 삐삐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어보면 생각의 무척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아이에게 맞고 있는 윌리라는 아이를 구해낼 때에도, 화재가 난 건물에 다락방 끝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어린 남매를 구할 때에도 얼마나 의젓하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많은 웃음을 준다. 서커스를 보러 갔을 때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매표구의 할머니의 말을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돈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하거나 토미 엄마의 다과회에 초대받았을 때 그곳에 온 부인들에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 보면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삐삐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나보다. 삐삐는 상상 속의 아이지만 많은 즐거움과 교훈을 준다. 마음껏 삶을 즐기면서도 정의가 필요할 땐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무엇이 건강하고 바른 삶인지를 알려준다. 또, 삐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보여준다. 엄마 아빠를 모두 여의었지만 엄마는 천사가 되어 늘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빠는 바다에서 돌아가셨지만 식인종의 왕이 되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긍정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