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책 중에서 내가 도전해 보고픈 책 중의 하나가 임꺽정이었다. 이 말은 내가 아직 <임꺽정>을 읽지 못했다는 말의 다름 아니다, 부끄럽게도.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이야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지만 책도 못 읽어봤고 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늘 마음 한구석에는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대하소설이나 시리즈물이 그렇듯이 마음은 가득한데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그 책의 해석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임꺽정>의 해석본쯤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해리포터 사전이라고 인물들과 사건들을 분석해 놓은 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도 그쯤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임꺽정>에 대한 단순한 인물 설명판이 아니었다. 임꺽정에 등장하는 주연과 조연을 총망라에서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현대인들의 삶과 비교 분석한 책이었다. 전에 얼핏 들은 바로는 소설 <임꺽정>에는 아주 많은 인물들이 나오며 그들이 각기 다른 인생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야말로 각기 각층의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얘기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저자인 고미숙 작가도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일단 주인공만 해도 임꺽정을 비롯해 청석골 칠두령에 속하는 유복이(표창의 달인), 봉학이(명사수), 돌석이(돌팔매의 달인), 천왕동이(축지법의 달인), 곽오주와 막봉이(천하장사들)가 있으며, 이밖에도 갖바치, 이장곤, 봉단이, 운총이 등등 등장인물이 많으니 각 인물의 삶에 대해 할 말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할 말 많은 인물들의 삶을 작가는 그 시대의 관점으로도 풀이해 주었고 그와 비교해 현대적인 관점에서도 분석해 놓았다. 그것도 분야를 나눠서 조목조목 설명해 놓았다.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나눠서 각 인물들의 성격과 삶의 궤적들을 조목조목 분석, 설명해 놓았다. 그 풀이들을 읽고 있노라면 현대 사회야말로 소통불능의 사회요, 꽉 막힌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 책에서 그들은 뭉뚱그려져 마이너리그라고 표현되었지만, 당시의 이들의 신분만 놓고 보자면 그 표현이 지극히 당연했겠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메이저리그에 속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비록 세상에서는 쫓겨나 청석골에 숨어들어가 도적질하는 삶을 살게 되나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아왔고 어느 한 분야에서 달인이 된 이들의 모습을 볼 때, 사회에 얽매여 자꾸만 작아지는 우리네 삶과 비교해 보면 그들은 결코 마이너리그에 속한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요즘에는 어느 분야에서건 달인이 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임꺽정>의 등장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본 듯한 느낌이 들게 해 주는 책이었고 소설 <임꺽정>을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는 즐겁게 책을 읽고 또 즐겁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임꺽정>이 미완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 읽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